오피니언 사설

국회에서 아들 국정원 낙방 이유 따졌다는 김병기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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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어제 아들 채용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적폐세력의 저항”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국정원 인사처장을 지낸 전직 정보맨이다. 그런 김 의원의 아들도 지금 국정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당초 김 의원의 아들은 2014년 국정원 공채에 지원했다가 최종 단계인 신원조사에서 탈락했다. 2016년 6월에도 떨어졌다. 하지만 2016년 10월 ‘경력직’ 공채에 다시 응시했다. 김 의원은 그해 4월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고, 아들은 2017년 봄에 최종합격했다. 아버지가 국정원 출신 국회의원이라고 아들이 국정원에서 일하지 말란 법은 없다. 문제는 김 의원이 국정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며 수시로 아들 문제를 공적인 곳에서 제기했다는 증언과 보도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김 의원은 아들이 낙방한 뒤인 2016년 6월 이후 국정원에 아들의 채용과정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정보맨 출신의 국회의원이, 일반인은 접근조차 불가능한 국정원을 상대로,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 아들 취업 문제나 따지고 있었다면 공사 구분조차 하지 못한 황당한 처신이다. 직권을 남용해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의혹까지 살 만하다. 그런데 아들 취업 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보도를 두고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국정원 개혁에 저항하는 적폐세력의 음해”라고 했다. 논란의 핵심인 국정원에 아들의 탈락 문제를 계속 제기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선 얼버무렸다.

취업절벽 속에 낙방한 수많은 ‘보통 젊은이’는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젊은이들이 과연 김 의원의 ‘적폐론’에 공감하겠는가. 오히려 김 의원의 주장이 적폐스럽다고 여기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