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만년예선탈락 육상·펜싱·승마·테니스|「소리 없는 위업」이뤘다|서울올림픽 결산<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국선수단이 서울올림픽에서 거둔 쾌거는 금12·은10·동11개의 메달 획득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스포츠는 그동안「만년하위」의 올림픽 낙후종목으로 낙인찍혀온 육상· 펜싱·승마 등 일부 종목에서 비록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지만 사상 처음으로 예선의 장벽을 뛰어넘는 등 새로운 이정표를 작성한「가려진 쾌거」가 잇따랐다.
이들 낙후종목의 신기원수립은 세계 4위, 서방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2위, 아시아 1위를 기록한「한국스포츠의 기적」이 일부 메달종목의 개가 뿐아니라 한국스포츠전반의 수주향상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국선수단이 올린「비교적 소문 안난 위업」중 그 비중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육상의 김희선(김희선·25·코오롱상사)이 세운 여자높이뛰기 8위.
김희선은 여자높이뛰기 자격예선전에서 1m92㎝를 넘어 지난해4월 종합선수권 대회 때 자신이 세웠던 종전 한국최고기록(1m90㎝)를 경신하고 12강이 겨루는 결선에 올라 8위를 기록했다.
결선에서는 다소 부진, 1m90㎝를 뛰어넘었지만 김희선의 이 같은 성적은 올림픽에서「만년예선탈락」을 면치 못했던 한국육상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연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육상은 LA올림픽 때 남자 멀리뛰기의 김종일(김종일)이 처음으로 결선에 진출한바 있으나 여자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며,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나머지선수들이 모두 예선에서 탈락한 점을 감안하면 김희선의 결선진출은 금메달획득 못지 않은 가치와 의의를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 육상에서 전체 42개 종목 중 남자50㎞ 경보를 제외한 41개 종목(남23·여18)에 모두 47명(남27·여20)을 출전시켰으나 김희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예선에서 최하위권으로 몰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김희선은 지난80년 서울체고 2년 때 종합선수권에서1m77㎝로 자신의 첫 한국신기록을 낸 이래 이번으로 모두 8차례의 한국 최고기록을 경신함으로써「메달 없는 스타」로 부상했다. 펜싱 여자플러레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올린 각각 8강· l6강 진입의 전적도 이번 올림픽의 큰 수확 중 하나다.
한국펜싱은 지난64년 동경올림픽 때 5명(남4·여1)의 선수가 처음 출전해 예선의 고비를 넘기지 못한 뒤 줄곧「세계수준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올림픽출전이 거부당해오다 LA올림픽에 다시 참가, 암자 에페 단체전에서 처음 8강에 오르고 7위를 마크한바 있다.
그러나 LA올림픽은 전통의 펜싱 강호인 소련·헝가리·폴란드 등이 불참했기 때문에 이번 탁정임(탁정임·21) 신성자(신성자·20) 박은희(박은희·18) 윤정숙(윤정숙·22·이상 경남모직) 김진순(김진순·20·한체대)조가 올린 8위 마크는 진정한 세계무대의 본궤도진입으로 의미가 크다.
아울러 탁정임과 신성자는 개인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l6강에 진출, 12, 13위를 각각 마크함으로써 한국 펜싱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특히 탁정임은42명의 선수가 출전한 예선전에서 금메달리스트인「피히텔·아냐」(서독), 4위인「바카로니」(이탈리아)를 차례로 무너뜨리고 결선에 올라 세계수준에 올라있음을 입증했다.
김국현(김국현) 펜싱대표팀감독은『지난86년 서울아시안게임직후 종래 프랑스식 펜싱에서 벗어나 순발적인 공격을 중시하는 이탈리아식 펜싱을 집중 훈련한 것이 주효했다』며『메달은 못 땄지만 기대이상의 성과를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또 승마 종합마술단체전에서 올림픽출전사상 역시 처음으로 예선을 통과, 7위를 기록함으로써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전과를 올렸다.
한국승마는 지난52년 헬싱키대회, 60년 로마대회에 이어 동경대회 및 LA대회 등 네차례 올림픽에 참가한바있으나 그때마다 모두 예선에서 떨어져「참가의 의의」로 명맥을 유지해오다 이번에 세계 중위권으로 성큼 도야한 것이다.
한편 테니스에서는 세계랭킹 2백위 권밖에 처져있던 김봉수(김봉수·28·대우)가 남자단식 2회전에서 세계랭킹 12위인 프랑스의「알리·르콩트」를 물리치고 16강에 진출하는 파란을 연출함으로써 한국테니스의 올림픽사에 일대「획」을 그었다.

<제정갑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