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전, 페더럴 에피디에 3000만 달러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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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미래산전 최천우 사장이 미국에 수출할 예정인 주차요금 무인정산기를 소개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국내 중소기업이 세계 주차관리시스템 시장에서 홈런을 날렸다. ㈜미래산전은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도로.교통 국제박람회(2006 Intertraffic)에서 미국 최대 주차관리시스템 공급업체인 페더럴 에피디(Federal APD)와 3000만 달러어치(6000대)의 주차설비 공급 계약을 했다. 이 수주액은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150억원)의 두배에 달한다. 수출 조건도 좋았다. 환율 하락 추세를 감안해 계약 당시와 대금 지급때의 환율이 5% 이상 벌어지면 납품 가격을 조정키로 했다. 미래산전의 주차관리 시스템은 다른 외국산과 달리 운영 소프트 웨어를 메인 컴퓨터 안에 넣어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가격도 비슷한 기능의 일본산에 비해 20%가량 싸다. 장당 30원 정도의 1회용 종이 주차권 대신 1만 번 이상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주차권으로 바꿔 소모품 비용도 줄였다.

미래산전의 최천우(43)사장은 20년 전부터 주차관리 시스템 사업에 관심을 뒀다. 목포해양대 기관공학과를 나온 그는 당시 병역 특례 대상인 한 해운회사의 3등 기관사로 취직해 상선을 탔다. 그러나 늘 자신의 앞날을 걱정했다. 한달에 한 번 뭍에 오를 만큼 사람들과 떨어져 고립된 생활을 해 의무 근무기간이 지나면 뭘 할 수 있을지 몰랐다. 기착지에 머물 때마다 '나중에 돈 될 만한 사업'을 눈여겨 봤다. 그때 미국 등 선진국의 길거리마다 놓여 있는 무인 주차요금 정산기를 보고 그는 무릎을 쳤다. 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돈 내고 차를 세운다'는 주차 개념이 자리 잡을 무렵 국내에 설치된 주차관제 설비는 모두 독일이나 일본산이었다.

최 사장 역시 95년 회사를 세워 주차설비 수입 사업을 했다. 그러나 창업 3년 만에 외환위기가 닥쳐 회사는 존폐 위기에 몰렸다. 달러 값이 치솟아 수출업체에 줄 돈은 눈덩이처럼 불었고, 설비는 잘 팔리지 않았다. 거래업체의 부도로 받은 어음도 휴지조각이 됐다. 그때 설비의 국산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최 사장은 말했다. 한 은행지점장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부도 위기를 넘긴 뒤 그는 2000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세워 제품의 국산화에 매달렸다. 설비 성능이 입증되자 단숨에 미래산전은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섰다. 7개의 특허를 포함해 26개 지식재산권도 따냈다. 지난해에는 정보기술(IT) 기술과 접목해 7개 대형 환승 주차장을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 납품했다. 그러나 최 사장은 아직 배고프다. 건물용 주차관제시스템 사업은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노상 주차 관리에 유용한 무인 정산 시스템은 국내 시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도심의 주차난을 해소하고 주차장 관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차하려는 사람의 양심에 따라 요금을 내는 선불식 무인 정산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장혁 기자 <jhi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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