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춤과 하나 되는 마니아, '잿밥'이 목적인 사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정하임의 콜라텍 사용설명서(9)

콜라텍에 오는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정말 춤이 좋아서 춤을 즐기기 위해 오는 매니어, 어떡하면 파트너 좀 사귀어 볼까 오는 파트너 헌터, 질병이 있어서 치료차 오는 환자로 볼 수 있다.

이 세 부류의 사람들은 춤추는 자세도 다르다. 춤이 좋아서 오는 마니아는 춤 속에 깊이 빠져든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춤과 하나가 되어 즐긴다. 파트너의 조건에 신경 쓰지 않는다.

흥겨운 음악을 들으면 흥겹게, 슬픈 음악을 들으면 슬픈 주인공이 된 듯 빠져든다. 춤추는 자세도 반듯하다. 스킨십도 하지 않는다. 흥겨운 디스코 음악이 나오면 흥을 주체할 수 없어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해도 좋다. 트위스트 음악에 박자를 맞추려 노력하지만 둔한 몸놀림이 음악을 따라가지 못해 마음만 바빠져도 좋다.

블루스, 지르박, 탱고 음악을 들으며 심취해 음악이라는 바닷속에 풍덩 빠져 허우적댄다. 행복해하는 표정이 나이와는 아무 상관 없음을 말해준다. 얼굴에 흐르는 땀을 보면서 최선을 다해 추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잿밥'이 목적인 사람은 춤추는 자세부터 달라

플로어에서 춤추는 모습. [사진 정하임]

플로어에서 춤추는 모습. [사진 정하임]

춤이 목적이 아니라 잿밥이 목적인 사람들은 춤추는 자세가 다르다. 일일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춤추는 데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 춤을 추면서도 두리번거리며 주변에 신경을 쓴다. 다른 사람 파트너에도 관심을 둔다. 활기도 느낄 수 없다. 춤 속으로 음악 속으로 깊이 빠져들지 못하고 집중력이 떨어짐을 볼 수 있다. 이게 춤이 목적이 아닌 사람들이 일일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의 일반적인 태도다.

그러나 일일 파트너가 마음에 들어 시쳇말로 유혹하고 싶으면 영 다르다. 춤을 추면서 상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관심을 보인다. 용기 있는 사람은 표현한다. “여기 춤추는 사람 중에 가장 미인이십니다.” “입술이 참 예쁜데요.” 묻지 않아도 자신이 여성의 신체 부위 중 관심을 두는 부위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은 1순위가 손이 예뻐야 하고 2순위가 얼굴이라는 둥 말이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왜 1순위를 손이 예뻐야 할까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춤추는 사람은 그 사람의 손을 잡아보면 대충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일도 하지 않은 손처럼 부드럽고 예쁜 섬섬옥수가 있고, 어떤 손은 수세미 만지는 것처럼 거칠고 단단한 손이 있다.

손 하나로도 그 사람의 상태를 대충 알 수 있기에 손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하나보다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남자의 경우 손이 너무 곱고 부드러우면 거부감이 생긴다. 어떤 경우는 아이 손 같은 남자는 혹시 일도 하지 않은 제비인가 하는 착각이 든다. 거기에 춤까지 잘 추고 멋을 내고 온 사람의 경우는 친근감이 들지 않고 두려움이 든다.

또 다른 특징은 춤을 핑계 삼아 간간이 스킨십을 시도한다. 오버한다고 할까? 굳이 스킨십이 필요하지 않은 동작인데도 오버해서 춤을 춘다. 스핀 동작에서 그냥 돌아도 될 것을 상대를 건드려보기도 하고 블루스를 출 때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도 되는데 밀착을 시도한다든지 춤추는 중간중간 의도적으로 터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종의 테스트일 수도 있다. 스킨십을 잘 받아주는지 아니면 먹히지 않는지 시험해보는 것이다. 여자가 받아주어야 남자가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춤에 집중하지 못하다 보니 일단 상대를 너무 의식한다. 상대의 얼굴이나 옷차림 등 외적인 모습을 스캔한다. 그리고 대화를 할 타이밍을 잡으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춤은 서너 곡 추고서는 음료수나 술을 하자고 권한다. 어떡해서라도 둘만의 자리를 만들고 상대에게 호감을 전하려고 노력한다.

음악과 춤이 치매 예방과 치료에 특효

블루스 추는 모습. 춤을 추면 심장부정맥, 우울증, 불면증 등의 정신적인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 [사진 정하임]

블루스 추는 모습. 춤을 추면 심장부정맥, 우울증, 불면증 등의 정신적인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 [사진 정하임]

질병 치료차 오는 사람들도 많다. 노년기에 오는 여러 정신질환은 의외로 많다. 많은 의사가 심장부정맥,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적인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춤을 권한다.

어떤 남자는 사업실패로 우울증에 걸린 걸 보고 머리 손질 차 간 이발소에서 이발사가 춤을 권해 배운 후 삶이 즐거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성은 남성보다 감정이 섬세하고 민감하기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로 늙어버린 자신이 그동안 무엇을 하였나 하는 소외감과 고독감에 젖으면 혼자 남았다는 '빈둥지증후군'에 시달리는 일이 허다하다. 이럴 때도 춤이 치료제가 될 수 있다.

내가 데이케어에서 치매 어르신 봉사활동을 하면서 음악과 춤이 치매 예방과 치료에 최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화요일에는 노래 교실이 있었는데 치매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고 기대하는 시간이었다. 평상시 무표정한 얼굴로 말 한마디 없던 92세의 여성이 노래교실 시간이 되면 다리로 박자를 맞추고 웃으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실어증인 60세 여성은 노래를 불렀다. 종일 잠만 자는 66세의 남성도 자지도 않고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불가사의한 모습을 보면서 노래와 춤의 위력을 느꼈다. 춤은 노년기의 건강을 책임지는 ‘불로장생 장수보험’이라고 생각한다.

정하임 서울시 초등학교 교감·콜라텍 코치 chi990991@hanmail.net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