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 승무원들이 비정상적인 회사 문화에 대해 추가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후배에게 이런 회사 문화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A씨가 출연해 비정상적인 조직 문화에 대해 폭로했다.
A씨는 "말도 안 되는 갑질 중의 하나가 감사 편지"라며 승무원들이 출산 휴가를 다녀올 경우 박삼구 회장에게 감사 편지를 쓴다고 주장했다. 감사 편지의 내용은 "복직시켜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중간 관리자들이 '편지를 쓰라'고 요구할 뿐 아니라 편지 내용을 검토까지 한다는 점이다. A씨는 "편지 내용이 중간관리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쓰게 하고, 그렇게 해서 가장 잘 된 것을 회장님께 보여드린다"고 폭로했다.
A씨는 "맨 처음에는 순수한 어느 한 선배님의 감사편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데 그렇게 시작된 편지가 '회장님이 좋아하신다'라는 말을 들은 중간 관리자들의 충성 의욕으로 관행으로 굳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씨에 따르면 중간관리자들은 추석이나 설 즈음에 복직하는 승무원에게는 "송편을 빚어주는 건 어떻냐""한복을 가져와서 새해 인사를 하는 건 어떻냐"는 말로 강요한다고 한다. A씨는 "중간관리자들이 시키는 것이다. 회장님은 그냥 좋아하실 뿐"이라며 "회장님은 자발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이성을 잃으신 듯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중간 관리자들은 박 회장이 본사에 오는 날 나이 많은 승무원들은 눈에 띄지 않게 조치하거나 승무원들에게 "살을 빼라"고 강요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인권 침해적 요소도 폭로됐다. 뜨거운 기내식을 승객들에게 서비스할 때 승무원들이 장갑을 낄 수 없어 맨손으로 서비스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오븐 안 온도가 180도 정도 되는데 거기서 나온 알루미늄 포일 기내식을 맨손으로 잡고 서비스해야 한다"며 "그래서 승무원 중에는 손에 지문이 없어져서 공항 지문 인식이 안 돼 불편한 사람들이 많다"고 폭로했다. A씨는 자신 역시 오른쪽 손에 지문이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에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도 "승객이 보기에는 좋지 않으니 비닐 등 장갑은 끼지 마라"는 게 답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노밀(No Meal)' 사태 이후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는 6일과 8일 두 차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렸다. 한 승무원은 "지금 회사에서는 '기내식 안정화 됐다, 문제없다'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도 승무원들 무릎 꿇고 기어 다니면서 손님들한테 죄송하다 이야기한다"며 경영진의 퇴진을 촉구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