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오븐 속 기내식 맨손으로" 아시아나 추가 폭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합뉴스]

[연합뉴스]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들이 비정상적인 회사 문화에 대해 추가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후배에게 이런 회사 문화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A씨가 출연해 비정상적인 조직 문화에 대해 폭로했다.

A씨는 "말도 안 되는 갑질 중의 하나가 감사 편지"라며 승무원들이 출산 휴가를 다녀올 경우 박삼구 회장에게 감사 편지를 쓴다고 주장했다. 감사 편지의 내용은 "복직시켜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중간 관리자들이 '편지를 쓰라'고 요구할 뿐 아니라 편지 내용을 검토까지 한다는 점이다. A씨는 "편지 내용이 중간관리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쓰게 하고, 그렇게 해서 가장 잘 된 것을 회장님께 보여드린다"고 폭로했다.

A씨는 "맨 처음에는 순수한 어느 한 선배님의 감사편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데 그렇게 시작된 편지가 '회장님이 좋아하신다'라는 말을 들은 중간 관리자들의 충성 의욕으로 관행으로 굳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중구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인 '기내식 대란'에 관련해 공식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중구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인 '기내식 대란'에 관련해 공식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A씨에 따르면 중간관리자들은 추석이나 설 즈음에 복직하는 승무원에게는 "송편을 빚어주는 건 어떻냐""한복을 가져와서 새해 인사를 하는 건 어떻냐"는 말로 강요한다고 한다. A씨는 "중간관리자들이 시키는 것이다. 회장님은 그냥 좋아하실 뿐"이라며 "회장님은 자발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이성을 잃으신 듯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중간 관리자들은 박 회장이 본사에 오는 날 나이 많은 승무원들은 눈에 띄지 않게 조치하거나 승무원들에게 "살을 빼라"고 강요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인권 침해적 요소도 폭로됐다. 뜨거운 기내식을 승객들에게 서비스할 때 승무원들이 장갑을 낄 수 없어 맨손으로 서비스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오븐 안 온도가 180도 정도 되는데 거기서 나온 알루미늄 포일 기내식을 맨손으로 잡고 서비스해야 한다"며 "그래서 승무원 중에는 손에 지문이 없어져서 공항 지문 인식이 안 돼 불편한 사람들이 많다"고 폭로했다. A씨는 자신 역시 오른쪽 손에 지문이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에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도 "승객이 보기에는 좋지 않으니 비닐 등 장갑은 끼지 마라"는 게 답이었다.

가면을 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 참여자들은 박삼구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승객·직원 굶기는 갑질삼구 OUT’ ‘39 OUT!’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뉴스1]

가면을 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 참여자들은 박삼구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승객·직원 굶기는 갑질삼구 OUT’ ‘39 OUT!’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뉴스1]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노밀(No Meal)' 사태 이후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는 6일과 8일 두 차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렸다. 한 승무원은 "지금 회사에서는 '기내식 안정화 됐다, 문제없다'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도 승무원들 무릎 꿇고 기어 다니면서 손님들한테 죄송하다 이야기한다"며 경영진의 퇴진을 촉구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