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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장애인팀 - 국회의원팀 축구 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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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신지체장애인 축구팀의 박기남 선수(왼쪽에서 둘째)가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셋째)과 공을 다투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왼쪽)이 이를 쳐다보고 있다. 김형수 기자

28일 아침 서울 여의도 국회운동장. 약간씩 배가 나온 국회의원 '아저씨'들과 하나같이 순박한 표정의 청년들이 모였다. 이들은 국회의원축구연맹 소속 국회의원들과 정신지체장애인 축구선수들이었다. 이들은 한데 어울려 '만국 공통 언어'인 축구 경기를 했다.

환갑을 바라보는 미드필더 김근태(59.열린우리당) 의원은 태클을 당해 쩔쩔매면서도 유쾌한 표정이었다. 김의원에게 태클을 건 박기남(22) 선수는 어눌한 목소리로 "조기축구 아저씨들인가 봐요. 체력도 좋고 패스도 잘 맞고…"라며 감탄했다. 동네 조기축구회 활동으로 경기력을 다져온 왼쪽 날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7번 때문에 공을 못 차겠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국회의원 축구연맹 회원인 나경원(43.한나라당) 의원은 직접 뛰지 않고 경기만 지켜봤다. 정신지체인인 딸 유나가 눈에 밟혀 어느 편을 응원해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으나 전반전이 끝난 뒤 정신지체인 팀을 찾아가 "꼭 이기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경기는 0-0 무승부. 중학교 선수 수준이라고 정신지체인팀을 자평한 장우선(40) 감독은 "포지션을 바꿨더니 선수들이 적응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신지체인 선수들은 서울 신아재활원과 부산 천마재활원 소속의 원생들이다. 이들은 모두 어릴 때부터 수녀원과 아동 보호시설을 전전하다 성인이 되자 재활원에 들어왔다. 지능이 70 이하에 읽기와 덧셈도 못하는 이들이지만 축구만은 달랐다. 자신의 포지션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고 하프타임 때는 자신의 생각을 중구난방으로 쏟아냈다. 심판을 맡은 이영근(66) 국회의원축구연맹 총감독은 "경기 중에는 일반인과 구별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신아팀과 천마팀은 전국 15개 정신지체장애인 축구팀 중 최강의 두 팀이고 이들 대부분이 정신지체장애인 국가대표다. 이들은 독일 월드컵이 끝난 뒤 8~9월에 독일에서 열리는 정신지체인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다. 지역예선을 통과, 16개 팀이 맞붙는 본선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문제는 항공료와 체재비 등 2억원가량의 경비다.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한국정신지체인애호협회 고문인 윤여준(67) 전 의원이 후배인 한나라당 박형준(46) 의원에게 도움을 청했고, 박 의원이 이날 친선경기를 주선했다. 박 의원은 "이 경기를 계기로 국회 문화관광위 차원에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의원들을 대상으로 모금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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