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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흥·국익을 함께 염두에〃-88텔렉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이번 서울올림픽에 정작 한국 팬들은 보이지 않으니 어찌된 일일까?
서울의 경기장들은 반 이상 비어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종전 올림픽에선 볼 수 없던 현상이다 . 왜일까?『LA대회 때 입장권은 암시장에서 몇 배 이상 가격으로 팔렸으며 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인산인해였다. 지금 한국인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한 외국인 관광객의 말이다.
이에 대해선 세 가지 답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스포츠에 열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한국인은 이렇게 말한다.『서울올림픽은 한국인에게 스포츠 행사라기보다는 그들의 국가발전에 전환점이 될 큰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에는 스포츠의 전통이 거의 없다고 그들은 일부 스포츠 종목, 즉 태권도·유도·축구에만 중점을 둔다. 그 밖의 종목엔 관심이 없다』
맞는 얘기다. 축구는 준결승 이전의 28게임에서 52만8천명의 관중을 끌어 모아 지금까지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한 종목이 됐다.
이에 반해 부산에서 열리는 요트경기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요트협회 관계자였던 유성길씨는『한국인들은 위험한 스포츠나 취미를 싫어한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등산이나 요트 타기처럼「위험한 일」을 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고 설명한다.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SLOOC) 측은 입장권의 74%가 팔렸다고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입장권 판매가 실제 경기장 관중수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 문제다.
SLOOC의 해외 입장권 판매담당자는 이에 대해『기업들이 외국인 손님들을 위해 입장권을 확보했으나, 이들이 한국에 오지 않음으로써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또 하나의 요인은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레저시간을 가질 여유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1주일에 하루밖에 쉬지 못하며 일요일·공휴일을 제외한 휴가기간은 1년에 4∼5일이 대부분이다.
서울에 살고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한국사람들이 올림픽 때문에 탈진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외국 방문객들은 한국인들의 올림픽에 대한 반응을 보고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이번 올림픽 개막식 때 한국관중들은 차분하고 진지한 반응을 보인 반면 미국 및 유럽 관중들은 소리 높여 환호성을 올렸다.
『너무 진지해서 재미는 없었다. 92년 바르셀로나의 개막식은 분명히 그렇지 않을 것』 이라고 한 유럽관람객은 말했다.
『우리는 감정을 밖으로 열정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국민이 아니다. 우리는 축제에 참가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가두행진이 있을 때 우리는 멀찍이 떨어져 국기를 흔들고 고개를 끄덕이며 훌륭하다는 표현을 한다』고 서울시청의 한 관리가 말했다. 한편 복싱경기장에서 보여주듯이 겉보기에 차분한 것 같은 한 국민의 감정이 예기치 않게 폭발하기도 한다.
한국 관중들과 5명의 복싱 관계자들은 지난 22일 변정일 선수를 판정 패 시킨 심판을 공격하기 위해 링에 뛰어들었다.
『그것은 어리석고도 유치한 행동이었다』고 SLOOC의 한 조직위원은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비 한국적인 것만은 아니다. 올림픽 개막 몇 달전 프로야구 경기에서 홈팀의 패배에 분노한 팬들이 술병을 던지는 등 난동으로 1명이 사망하고 10명 이상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사람은 때론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법』이라고 한 한국 TV아나운서는 복싱소동이 끝난 후 어깨를 으쓱했다.
외국방문객들이 주최국 국민들에 의해 기만을 당한다고 느끼지만 주최국 국민의 외국손님들에 대한 감정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몇몇 택시기사들은 올림픽 손님들에게 넌덜머리가 났다고 말한다.『처음 그들을 대할 때 우리는 항상 웃으며 영어로 말하려 애썼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우리가 길을 멀리 돌아가며 바가지 요금을 씌운다고 불평한다. 이제 우리 운전사중 누구도 외국인을 태우고 싶어하지 않는다.【로이터연합=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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