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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화 직배 파문 갈수록 확대|"국산영화시장 큰 타격 살아남기 어렵다. 막아야만 하는 한국영화발전하나" 비판론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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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산영화시장 큰타격 살아남기 어렵다·.막아야만 한국영화 발전하나 산판론도
미국영화 직접흥행을 둘러싼 국내영화인들의 반발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미국영화계도 이에 질세라 한국영화계를 제소하고 국내신문에 공개서신을 싣는등 한미영화인들의 대립이 점차 첨예화하고 있다.
국내영화인들의 항의에는 일부 사회단체들까지 동조하고 나서 이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올림픽이 끝난 후 반미움직임과 연계돼 자칫 정치·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보기도 한다.
국내영화인들의 반발은 지난 9월 중순 미국의 UIP 한국지사가 영화 『위험한 정사』(Fatal Attraction)를 24일부터 서울의 코리아·신영극장과 지방의 9개극장등 전국 11극장에서 일제히 개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기 시작했다.
국내 80여개 영화사들의 모임인 영화제작업협동조합(이사강 이태원)은 지난 11일오후 2시 긴급확대이사회를 열고 두 극장의 대표인 샘터영화사와 한국영배를 제명하는 한편 두 극장에는 앞으로 어떤 영화도 배급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이에 앞서 감독분과위원회(위원장 조문진)도 12일 긴급이사회를 갖고 미국영화상영을 실력 저지키로 뜻을 모았다.
서울시내 2O개 개봉관을 비롯한 33개 극장도 미국영화 직접 흥행에 항의하는 뜻으로 23일 하룻동안 일제히 문을 닫는 등 전체영화계가 강한 반발을 보였다.
영화감독 50여명은 10일부터 감독분과위원회 사무실에서 철야농성을 벌였다.
그러자 미국영화계는 발끈하고 나섰다.
미국영화 수출협의는 15일 무역대표부에 한국영화계를 불공정거래혐의(통상법 제301조) 로 제소했다.
또 24일에는 회장「잭·베란티」의 명의로 국내 일부신문에 「한국국민과 서울시민께 드리는 공개서신」을 게재하고 한국영화계를 공박하고 나섰다.
이 공개서신은 『한국영화계의 비난은 사실과 다르며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미국영화사들은. 한국에서 정당한 사업활동을 할 수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영화인들의 반발은 영화 『위험한 정사』가 개봉되는 24일 오전 코리아·신영극장 앞에서의 반대시위를 고비로 더욱 고조됐다.
이들은 『위험한 정사』의 상영이 중단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며 연일 극장앞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또 영화를 보러온 관객들에게는 호소문을 나눠주며 관람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는 바람에 두 극장에는 추석연휴동안 겨우 1천여명의 관객들만이 입장했을 뿐이다.
이와함께 영화제작자협동조합은 24일 코리아·신영극장을 스크린쿼터제(한국영화연간의무상영일수) 위반혐의로 문공부와 서울시에 고발했다.
두 극장이 모두 지난해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동시 상영한다고 공연 신고해 놓고 외화만상영하는 수법으로 의무상영일수(연간1백46일)를 어겼다는 것이다.
영화법 제3O조에는 스크린쿼타제를 위반한 극장은 3개월이내의 영업 정지 처분토록 되어있다.
한편 전국민족극 운동협의회등 6개 사회단체가 23일 『영화인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고 동참하고 나섰고 부산지역의 9개 사회단체도 24일 같은 내용의 지지성명을 내는 등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다.
이같은 영화인들의 거센 항의는 미국영화사들이 국내에서 직접 흥행을 하게되면 엄청난 수익을 가져가게 돼 국내 영화시장이 큰 타격을 입게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동안 외화, 주로 미국영화를 수입, 흥행해 남은 수익을 바탕으로 한국영화를 만들어온 우리영화계 실정에서 미국영화사들이 그 수익을 잠식해버리면 한국영화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영화인들은 바로 이같은 이유를 내세워 비록 지난해 영화법 개정으로 미국영화의 직접 흥행이 합법화 되었지만 「민간차원의 운동」으로 직배를 막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태원 이사장은 『막 일어서려는 한국영화가 충분한 자생력을 갖출때까지라도 그들의 침투를 저지하겠다는 것』 이라고 설명하고 『궁극적 목표는 그들에게 시장을 개방한 현행 영화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인 MGM·UA·유니버설·파라마운트 등 4대영화사의 국제배급회사인 UIP의 한국지사 (지사장「마이클·배」)는 지난 1월 지사를 설립하고 활동에 나섰으나 그동안 국내 극장들이 외면하는 바람에 극장을 대관치 못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2억원이 넘는 선전비를 스스로 부담하고 극장측에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주는 등 이례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영화를 개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같은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지난해 정부가 미국의「통상압력」에 굴복, 한국영화k계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시장을 개방해준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꼭 미국영화를 막아야 한국영화가 발전하는 것이냐』고 요즘의 한국영화현실을 꼬집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한국영화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영화인들의 각성이 뒤따라야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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