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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제패에 감격…아버지 이석도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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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아들 경근이가 이 애비의 한을 기어이 풀어주었습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58년 일본동경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세계제패에 실패했던 아버지 이석도씨 (58·전대구시유도회강·유도8단)는 꼭 30년만에 아들이 금메달을 따내 아버지의 한을 풀어주는 순간 어머니 김옥금씨(55)를 얼싸안고 몸부림쳤다.
『저의 유도인생 38년은 바로 오늘을 기다리며 살아왔습니다』
50년대 한국유도를 주름잡으며 평생 눈물을 모르고 살아온 아버지 이씨는 끝내 감격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선수의 집안은 유도가문. 8단인 아버지이씨를 비롯, 맏형 용근(34·남산석재대표·유도4단), 둘째형 현근(31·빅맨 스포츠 센터대표·유도4단), 셋째형 동근(28·프로월드컵 스포츠센터대표·유도3단)씨와, 이선수 6단, 동생 승근군(18·영신고 유도부장·유도3단). 6부자가 최하 3단에서 최고8단까지 모두 28단을 보유한 전국 유일무이의 유도패밀리.
이렇듯 이씨집안의 유도는 아버지 이씨가 58년 아시아유도를 재패한후 세계 제패에 나섰다가 실패하면서 오늘의 유도 가문이 탄생됐다.
부전자전이랄까, 천부적인 재질을 타고난 아들들도 맏아들을 시작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그러나 위로 세아들은 전국고교대회우승을 끝으로 후배양성의 길을 택하자 아버지 이씨는 『경근이만은 세계의 정상을 달성시키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아들 5형제중 네째로 태어난 이선수는 이미 대구 국민학교 5학년때 씨름판의 꼬마장사로 이름이 났다.
이선수의 영광과 유도가문이 있기까지는 어머니 김옥금씨의 눈물겨운 정성도 컸다.
『방년간의 결혼생활을 통해 날이면 날마나 남편과 다섯아들의 유도복을 빨고 깁는데 손톱이 다 닳았어요』
매일 새벽 3시면 인근 보현사 법당에 나가 8년동안 불공을 드리고 집에 와서는 틈만 나면 정한수에 촛불을 밝히고 아들의 그날만을 빌어온 어머니 김씨.
김씨는 8년간 태운 촛불만해도 하루 1개씩 따져 2천3백여개가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이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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