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서 올림픽 「금」 만 6개|서독의 마술황제 「클림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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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5년간 호흡을 맞춰온 나의 분신 「알러리히」가 너무도 잘해주었습니다.』
25일 마장마술단체전에서 우승함으로써 올림픽승마사상 최초로 6번째의 금메달을 목에 건 서독의 승마황제 「라이네·클림케」(52)는 자신의 애마에게 영광을 돌렸다.
4반세기동안 마장마술의 슈퍼스타로 군림해온 그는 현역 변호사이자 법학박사이기도한 노신사.
그는 22년 전부터 자신이 설립한 퀸스터시의 세인트조지클리닉에서 세계각국의 젊은 선수들을 지도해온 지도자로서도 유명하다.
독일베스트팔렌지방에서 의대교수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2세 되던 해에 승마와 인연을 맺었다.
퀸스터시 빌헬름대학에 진학, 법학을 전공한 그는 혈기왕성한 학창시절에는 남성적인 종목인 마장마술에 심취, 59년 유럽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보다 섬세하고 우아한 운동인 마장마술로 전향, 지금까지 이 종목에만 전념해왔다.
그의 올림픽 메달행진은 24년 전인 64년 동경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68년 멕시코대회와 76년 몬트리올대회에서 똑같이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따냈고 84년 LA대회에서는 개인·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이로써 그는 지난 24년 동안 6개의 금메달과 2개의 동메달을 목에 건 「살아있는 신화」가 되었다.
이제 그의 메달행진이 앞으로도 계속 될는지는 온세계의 관심이 되고있다.
마장마술이 갈수록 여성강세현상이 두드러지고 게다가 매년 새로운 강호가 등장하고 있어 50고개를 넘은 그가 설 땅이 좁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그가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1천4백2점은 전체 참가 선수 54명중 7위에 해당하는 부진한 것
특히 자국의 4선수 중에서는 낮은 점수여서 1개국 당 3명만이 출전할 수 있는 개인전에는 출전할 수 없게됨으로써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추가할 가능성은 없어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부진했던 원인을 애마 「아를리히」가 18살로 이미 노쇠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가 확실시되는 「아를리히」는 그와 함께 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1백30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천하명마.
18살의 노령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뛰어난 활약을 보인데 대해 국제승마 계에서는 경이에 가까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반해 「클림케」 자신은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라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종목에 함께 출전한 한국인 제자 서정균(26·삼성 승마단)이 한국승마사상 처음으로 18명이 겨루는 개인전에 출전하게 된 것을 자신이 금메달을 획득한 것 이상으로 기뻐했다.
『내가 아끼던 「파스칼」을 타고 출전하는 서가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했는데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그는 한국승마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제수준의 말이 확보돼야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그의 부인과 두 자녀가 나와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은 그를 축하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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