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5일 7시간20분에 걸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끝내고 대기장소로 향했다.
5일 서울남부지법은 오전 11시부터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조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심문을 마치고 오후 6시23분 모습을 드러낸 조 회장은 ‘어떻게 소명했는지’, ‘심경이 어떤지’, ‘차명 약국 운영을 인정하는 지’ 등에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이날 취재진 앞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7시간에 달하는 영장심사 과정에서는 검찰의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의 방어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이나 내일(6일) 새벽 사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판단이 나올 때까지 남부구치소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거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지난 2일 조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자녀 등이 운영하는 중개업체를 내세워 이른바 ‘통행세’를 걷는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을 받고 있다.
또 조 회장은 자신의 세 자녀가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주당 10만원가량에 취득했다가 25만원에 되팔아 40억여원의 이득을 본 과정에서 이를 계열사에 지시한 혐의도 있다.
아울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조 회장이 과거 문희상 의원의 처남 취업 청탁 의혹을 받을 당시 10억원대의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처리한 의혹(횡령)도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파악한 조 회장 일가의 횡령과 배임 규모만 수백억대로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조 회장은 해외 예금 계좌 내 50억원 이상의 상속 지분을 신고하지 않은 의혹(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도 있다.
아울러 약사와 이면 계약을 맺고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의 한 대형약국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