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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NFL 전술에 골프 퍼팅 훈련까지…보수적인 잉글랜드 바꾸는 사우스게이트의 '혁신'

중앙일보

입력

4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 [EPA=연합뉴스]

4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 [EPA=연합뉴스]

"영국 총리보다 잉글랜드대표팀 감독이 더 힘들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잉글랜드를 이끌었던 글렌 호들 전 감독이 한 말은 '전통'을 추구하고 보수적인 잉글랜드 축구 문화를 대변한 한 마디로 오랫동안 회자돼왔다. 2016년 11월,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가레스 사우스게이트(48) 감독이 취임했을 때만 해도 잉글랜드 내에서 크게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4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 콜롬비아전에서 연장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모아 격려하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4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 콜롬비아전에서 연장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모아 격려하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그러나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풋볼 이즈 커밍 홈(Football is coming home·축구 종가의 우승을 기원하는 의미)'을 외치고 있다. 그 중심엔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혁신적인 훈련과 대표팀 운영도 한몫 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일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기 위해 다른 종목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사연을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잉글랜드대표팀을 맡고 지난해와 올해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수퍼볼을 관전했고,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도 현장에서 관전했다. 단순히 관전만 하는 게 아니라 구단을 찾아가 전술을 어떻게 운영하고, 약속된 플레이를 하는지 배웠다. 이를 위해 NFL 시애틀 시호크스, NBA 미네소타 팀버울브즈를 방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농구장에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골밑 주위에서 어떻게 공간을 만들어 플레이하는지 궁금해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경기 운영에 필요한 무언가를 훔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픽앤롤 플레이, 오프볼 스크린, 움직임 등 NBA 플레이를 통해 세트 피스 운영에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전략이 통했을까.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터뜨린 9골 중 7골을 세트피스(페널티킥 포함)에서 성공시켰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세트 피스는 우리 입장에선 매우 위협적인 전술이다. 토너먼트에선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했고, 우린 향상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4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한 뒤 해리 케인(왼쪽)을 격려하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4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한 뒤 해리 케인(왼쪽)을 격려하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월드컵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승부차기를 16강 콜롬비아전에서 4-3으로 승리하면서 12년 만에 8강에 오른 건 아직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로 1996 준결승 독일전에서 6번째 키커로 나서 실축해 팀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던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세심하게 승부차기를 준비해왔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러시아에 도착한 이후 승부차기 훈련을 빼놓지 않고 진행해왔고, 당당하게 찰 수 있게끔 선수들을 상대로 심리 치료까지 했다. 그는 선수들이 승부차기 때 너무 빨리 공을 찬다는 점을 분석해 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연습도 시켰고, 승부차기와 비슷한 상황에서 골프 퍼트를 하는 훈련도 진행시켰다.

16강 콜롬비아전 전날인 3일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승부차기를 차야 할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준비가 다 돼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는 그대로 결과로 연결됐다.

혁신적인 훈련 시스템으로 잉글랜드 축구에 새 바람을 일으킨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7일 오후 11시 스웨덴과 4강 진출을 놓고 겨룬다.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에서 스웨덴과 모두 비겼던 잉글랜드는 1990년 대회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준결승 진출을 노린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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