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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식' 네팔 반군 중국에도 외면당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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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중국.인도가 마오쩌둥(毛澤東)식 농민혁명 노선을 추종해온 네팔 공산반군의 세력 확산을 막겠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이 지역에서 전략적 이해관계가 엇갈렸던 세 나라가 마오주의 공산반군을 '공동의 적'으로 놓고 이례적인 '3각 연대'에 나선 것이다. 네팔 공산반군은 가난한 농촌을 기반으로 공산혁명을 도모한다는 초기 마오쩌둥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 아시아판은 27일 미국.인도는 물론 마오쩌둥의 나라인 중국까지 연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마오주의를 추종하는 공산반군이 네팔에서 세력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반군 견제"공동전선=세 나라의 연대는 최근 네팔의 정정 불안이 고조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갸넨드라 국왕은 지난해 2월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뒤 최근까지 절대적인 권력을 휘둘러 왔다. 이에 맞서 7개 야당 연합세력은 6일부터 최근까지 국왕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과 가두 시위를 계속해 왔다.

사태가 악화하면서 네팔 왕정의 붕괴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에 미국.인도.중국의 부담감이 커졌다. 민심을 잃은 국왕이 쫓겨나면 농촌을 중심으로 국토의 40%가량을 장악한 공산반군에게 집권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도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만모한 싱 총리는 20일 특사를 카트만두로 급파했다. 국왕의 양보를 주문한 지 하루 만에 "행정권을 국민에게 이양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러나 국왕의 양보 조치가 미흡하다며 시위가 재발하자 이번에는 미국이 나섰다. 국무부는 "(전제정치에서 벗어나) 국왕은 통상적인 국가원수의 역할만 맡으라"고 촉구했다. 카트만두 주재 중국대사도 국왕을 만나 민주질서 회복을 촉구했다. 결국 국왕은 25일 "하원을 재구성하겠다"며 추가로 양보했고 사태는 수습됐다.

◆ 속셈은 '3국3색'=네팔의 정치안정이란 목표를 공유하지만 3국의 심중은 조금씩 다르다. 가장 절박한 나라는 인도다. 마오주의 공산반군이 동북부 농촌지역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어 네팔 공산반군과 연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싱 총리가 최근 "공산반군이 최대의 안보위협 세력"이라고 규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은 공산반군이 집권하면 네팔이 국제 테러 세력의 기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反)테러 전략 차원에서 네팔 사태를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네팔에 대한 군사원조를 중단했던 미국은 최근 "군사원조 재개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카트만두 주재 대표부를 지난해 갸넨드라 국왕이 폐쇄한 사실에 크게 고무돼 있다. 티베트의 분리 독립을 막아야 하는 중국으로선 인접한 네팔 왕정의 협력이 절실하다.

장세정 기자

◆ 네팔 공산반군=1996년 2월 네팔 마오주의 공산당(CPN-M)을 결성한 뒤 200명으로 무장투쟁에 들어갔다. 중국의 마오쩌둥식 농민혁명 노선을 내걸고 민중을 착취하는 봉건왕조를 무너뜨리고 인민정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서부의 가난한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세력을 넓혀 한때 추종 세력이 5만여 명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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