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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 28년 전엔 부친 위해 구속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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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기업 총수 중 구속과 관련해 가장 많은 화제를 뿌린 사람은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1991년 2월 '수서택지 특혜분양' 사건으로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97년 한보사태에 연루돼 모두 세 번이나 구속됐다. 정 회장은 올해 초에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학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징역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도 78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으로 75일간 구속된 전력이 있어 이번에 구속되면 28년 만에 생애 두 번째 구속되는 불운을 겪게 된다. 당시에는 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위해 구속됐다면, 이번에는 사실상 아들(정의선)을 대신하는 기구한 운명을 맞았다.

권력과 얽힌 기업 총수의 소환과 사법처리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불거진 95년 본격화됐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기업들이 수십억~수백억원의 불법 비자금을 노 전 대통령에게 제공했다는 혐의로 이건희(삼성).김우중(대우).최원석(동아) 회장 등 8명의 기업 회장을 소환 조사했으나 정태수 회장만 구속 기소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99년에는 최순영 신동아 회장이 국내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1억6500만 달러를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노무현 정부가 공식 출범하기 직전인 2003년 2월에는 최태원 SK 회장이 검찰과 악연을 맺었다. 최 회장은 그룹 지배권을 확립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맞교환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7개월가량 구치소 신세를 졌다. 2003년 말에는 대선 과정에서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삼성.LG.현대차.SK 등 주요 그룹이 수사를 받았으나 손길승 SK 회장만 구속됐다.

김선홍 전 기아차 회장,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은 기업이 주저앉은 뒤 횡령이나 배임.분식회계 등의 허물로 구속됐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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