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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문서 작성비 운송비 맞먹어 … 100% 디지털화가 해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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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티모시 스미스 APM터미널 회장. [사진 머스크]

티모시 스미스 APM터미널 회장. [사진 머스크]

아프리카서 생산한 아보카도가 한국에 오기까지는 35일, 30여 개 기관, 100여 명 인력의 200회 이상 문서 작업이 든다. 물류업이 여전히 ‘재래산업’으로 취급받는 배경이다.

APM터미널 티모시 스미스 회장 #글로벌 무역 플랫폼 시스템 곧 완성 #화물 이동상황 실시간 파악 가능해

한진해운 파산 이후 몸집을 더 불린 세계 최대 해운기업 AP몰러-머스크그룹이 물류업을 ‘첨단 산업’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티모시 스미스(55·사진) APM터미널 회장을 중앙일보가 인터뷰했다. APM 터미널은 머스크의 해운터미널 운영을 총괄하는 계열사다. 68개국에서 부두를 운영하고 있고, 컨테이너 처리 능력(1억420만TEU) 기준 세계 2위다.

머스크그룹의 여러 부문에서 최고경영자(CEO)를 거친 그는 지난 2월 APM터미널CEO로 이동했다. 머스크그룹의 ‘글로벌 무역 플랫폼’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서다. 해상 무역에 참여하는 모든 업무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디지털화 하겠다는 것이다. 이 작업을 머스크그룹 내에서 그가 맡은 이유는 해상 무역 프로세스의 한가운데에 있는 해운 터미널이 플랫폼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보카도를 옮기는데 200여 개 문서를 만드는 건 개별 기관마다 발급·처리하는 서류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티모시 회장은 “해운산업이 문서 작성에 낭비하는 연간 1000억 달러(약 111조5000억원·세계은행 집계)는 운송비용에 맞먹는다”며 “이 비용을 줄이는 게 손쉽게 해운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무역 플랫폼은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화주는 자신이 맡긴 화물의 이동상황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화주를 모아 해운사·운송사에게 짐을 맡기는 운송 주선인도 가장 비용 대비 효율적인 운송경로를 택할 수 있다. 항만·터미널도 배가 정확히 몇시에 접안하는지 알 수 있어 컨테이너를 적재할 공간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관세 당국도 마찬가지다. 문서 위조가 어려워지고, 의심스러운 물품을 조사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머스크그룹은 이를 지난해부터 추진했다. 티모시 회장은 “글로벌 무역 플랫폼 시스템은 연말 완성된다”고 밝혔다. 또 “미국·중국·네덜란드·호주 당국도 이 시스템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상당 부분 진전이 있다”며 “일부 한국 국적 화주·운송 주선인에게도 우리의 계획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 해운사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 플랫폼에 동참하자니 세계1위 머스크그룹의 주도권 강화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다가는 비용 경쟁력 악화로 도태할 가능성도 있다. 김종길 인천항만공사 물류전략실장은 “실질적으로는 이해 관계가 상충하는 관련자들이 일제히 머스크가 만든 하나의 시스템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업무팀 상무는 “머스크 같은 개별 해운사가 아니라 중립적 국제기구가 주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테보리(스웨덴)=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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