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비자 달라” 영국 레즈비언 커플, 홍콩 정부 상대 소송서 승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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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대법원 앞 모습 [EPA=연합뉴스]

홍콩 대법원 앞 모습 [EPA=연합뉴스]

영국의 한 레즈비언 커플이 홍콩에서 배우자 비자를 받기 위한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했다고 4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이 보도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QT’라고 알려진 여성은 동성애자로, 2011년 영국에서 7년간 함께 지낸 파트너와 ‘시빌 파트너십’(civil partnership·동성 간에 인정된 혼인 관계)을 맺었다.

영국은 2004년 ‘시빌 파트너십 법’을 도입하면서 동성애자 커플에게 결혼과 비슷한 법적 권리를 허용하고 있다.

2011년 자신의 파트너가 홍콩에서 일자리를 구하게 되면서 QT는 함께 홍콩으로 이주했다. QT는 개별 비자 없이 일자리를 얻거나 홍콩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배우자 비자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이민국 국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홍콩에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은 불법이지만 아직 동성결혼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수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홍콩 항소법원에 이어 대법원 역시 QT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녀는 앞으로 홍콩에서 계속 거주하면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대법원은 “고용비자가 허가됐다는 것은 그 사람이 필요한 기술이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인데, 그는 이성애자일 수도, 동성애자일 수도 있다”며 “부양가족을 함께 데려올 수 있는지는 홍콩으로 이주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슈”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QT는 “(홍콩) 정부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나를 이등 시민처럼 대했다. 그것이 내가 오랜 싸움을 이어온 이유”라며 “홍콩 대법원이 내가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려 기쁘다”고 말했다.

BBC는 “이번 판결로 인해 더 많은 동성애자 커플이 금융허브인 홍콩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인재 유치를 원하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의 금융기관과 법률회사들은 QT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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