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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1박2일 평양 담판, 비핵화 시간표 들고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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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오른쪽)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 전 언론과 대화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존 볼턴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오른쪽)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 전 언론과 대화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5~7일 ‘비핵화 시간표’를 들고 평양을 찾는다. 앞서 4월 1일, 5월 9일 두 차례의 당일치기 방북과는 달리 이번엔 평양에 머무는 시간 기준으로 6~7일의 1박2일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세 번째 평양행 결과에 따라 북한이 비핵화 입구에 진입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여부가 판가름 난다.

“카네기재단·ISIS 조언 받아 완성” #6일 북한 도착해 비핵화 본격 협상 #진전 땐 김정은 9월 뉴욕행 가시화 #폼페이오, 협상 뒤 서울 안 들를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 ‘비핵화 조치’를 약속할 경우 오는 9월 김정은의 뉴욕행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김정은의 지연작전이 분명해질 경우 트럼프 정부는 ‘최대한의 대북 압박’에 복귀하라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북한 지도자와 그의 팀을 만날 것”이라며 “지금 긍정적 변화를 위한 커다란 모멘텀이 조성됐고 우리는 추가 협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방북을 공지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5~7일 평양을 방문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진전 사항들을 이행하고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알렸다.

폼페이오. [로이터=연합뉴스]

폼페이오.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이 폼페이오 장관 손에 들려 보내는 것은 핵 폐기 로드맵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패트릭 크로닌 신안보센터 국장은 중앙일보에 “한·미 관리들로부터 폼페이오 장관이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과, 로드맵을 이행하는 중요한 조치에 대한 합의를 (북한과) 추진한다고 들었다”며 “진전이 이뤄지면 미국은 김 위원장의 9월 뉴욕 유엔총회 방문과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을 포함하는 대북 포용 확대에 열려 있다”고 알렸다. 크로닌은 단 “앞으로 3~4개월 이내에 비핵화 로드맵과 일부 핵·미사일 능력 해체 조치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한 압박과 봉쇄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비핵화 로드맵 및 관련 조치에는 당연히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약속했던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 폐쇄 조치가 포함됐을 것”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체 등도 언제나 미국의 비핵화 우선순위 목록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카네기국제평화재단·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등 비확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그가 중앙정보국(CIA) 시절부터 구성한 측근팀을 통해 비핵화 로드맵을 완성했다. 카네기재단은 1단계 비핵화 조치로 ‘준비태세 감축을 포함한 동결’을 제안했다고 한다. 탄도미사일에서 핵탄두를 분리한 뒤 탄두에서 무기급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이 담긴 피트(금속체)를 꺼내 해체하고, 추가 핵물질 생산도 중단시킨다는 제안이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ISIS 소장은 북한 내 핵무기 및 핵물질 저장·생산 시설의 포괄적인 신고를 1단계로 제안했다. 향후 이들 시설을 불능화하기 위한 전문가 사찰 허용까지 포함해서다. 스탠퍼드대의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팀은 북·미 신뢰관계 구축을 시작으로 6~10년의 비핵화 과정을 거쳐 핵무기 해체를 마지막 단계로 상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 일정을 마치면 서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일본으로 향할 전망이다.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7~8일 도쿄에서 한·일 지도자들과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할 것”이라고 알렸다. 평양 방문 결과를 놓고 도쿄에서 3국이 협의한다는 뜻이다.

한편 나워트 대변인이 사용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에 대해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과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윤성민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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