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공단 정상가동에 한달 걸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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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내수 부진 등으로 섬유업계가 어려운데 태풍까지 덥쳐 막막하기만 합니다."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인근 대명천이 범람하면서 보관중이던 원단 80만야드와 사출기 2대가 침수되는 피해를 당한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삼부섬유 유성재(55)사장.

유씨는 "수출하려고 보관하던 원단 1백80만야드 중 침수된 80만야드의 상당량을 폐기했다"며 망연자실했다. 유씨의 공장은 12일 자정께부터 2㎞ 떨어진 대명천이 범람하면서 1.5m 깊이로 물에 잠겼다. 공장이 물에 잠길 때부터 양수기 4대를 동원, 물을 퍼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대구지역 공단 입주업체들이 공장 침수 등으로 큰 피해를 당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5일 대구시는 이번 태풍으로 ▶달성공단 50여개 업체 1백64억원▶성서공단 50여개 40억원▶서대구공단 30여개 20억원 등 총 1백30개 업체가 2백24억원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피해 유형은 침수에 의한 제품 및 기계설비 손상, 지붕.담장 등 공장 피해, 조경수 피해 등 다양하다. 그러나 복구와 생산라인 재가동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이들 업체의 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성서공단 J.S.B 섬유업체 등 3개 업체도 삼부섬유와 마찬가지로 대명천 범람으로 직기 등 기계설비와 제품 일부가 침수됐다. 영흥기계.도원염직.반도기계.진영제지 등도 공장 지붕 등의 파손, 제품 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섬유업체들은 침수 사실이 알려져 판매에 어려움을 겪거나 거래선이 끊길 것을 걱정하고 있다.

J업체 관계자는 "창고에 보관하던 원단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지만 주문을 꺼릴 우려가 있어 피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달성군 논공읍 달성산업단지는 3백20여개 업체 중 50개 업체가 매몰.침수에 의해 1백50억원 상당 피해가 생긴 것으로 집계됐다. 이곳의 10여개 업체는 야산에서 떠내려온 바위.자갈.토사에 공장이 매몰되거나 부서져 피해가 더욱 컸다.

자동차 알루미늄 주물제품을 생산하는 남선산업의 경우 1층 보일러실과 식당이 매몰되고 공장내 주물기계 등이 20~30%가량 토사에 휩쓸렸다. 토사에 휩쓸린 기계는 설비업체에 맡겨 보수를 해야 할 처지다.

당분간 한달 수출 3억원, 내수 12억원 등 13억원의 매출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 회사 김종열(46)상무는 "복구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정상가동까지는 한달 정도 걸릴 것같다"고 걱정했다. 이 지역 업체는 직원을 총동원, 복구작업중이지만 공장을 덮친 토사 등이 워낙 많아 조기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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