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간이 한 마장서 겨룬다|마장마술 독 클림케·한국 서정균, 신창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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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독의 스승과 한국의 제자가 서울올림픽에서 기량을 겨룬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독이 낳은 불세출의 승마황제 「라이너·클림케」(52)와 한국대표로 올림픽마장마술경기에 출전하는 서정균(26)·신창무(26·이상 삼성 승마단).
이들이 수제의 인연을 맺게된 것은 지난해 3월.
승마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을 떠나 본고장인 유럽에 도착한 서·신 두 선수가 서독 뮌스터시에 있는 「클림케」의 세인트조지클리닉을 찾으면서부터였다.
클리닉이란 문자그대로 선수의 단점을 바로잡아주는 일종의 과외교습소로 서독에는 모두 1백여개가 있다.
22년전 이 클리닉을 설립한 「클림케」는 역대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과 3개의동메달을 획득한 자신의 명성을 듣고 전세계에서 찾아온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모든 기술을 전수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왔다.
그는 여러 제자 가운데서도 특히 두 사람에게 큰 관심과 애정을 쏟았으며 한국인으로서는 사상처음으로 올림픽출전권을 획득했을 때에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기도 했다. 『변호사 업무와 자신의 연습 때문에 바쁜 가운데서도 수시로 우리의 단점을 교정해 주었고 자기 집에서 열린 파티에도 빠짐없이 초대해 이국생활로 외로움에 빠진 우리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두 사람은 자기 스승이 프라이드가 강한 전형적인 독일기질의 소유자이지만 인간적으로도 본받을 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클림케」는 두 사람이 비록 소속을 달리해 출전하는 경쟁상대이긴 하지만 과천올림픽승마공원에서도 연습도중 마주칠 때마다 『평소 실력만 발휘하면 된다. 결코 자신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그는 신이 경기를 앞두고 장염증세를 일으켜 병원에서 링게르를 맞고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빨리 회복해서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최고의 마장마술 대가인 자신이 지도한 사람은 모두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을 믿고 있습니다.』
올림픽마장마술에서 6번째의 금메달을 노리는 스승과 이 종목사상 처음으로 출전하는 두 제자는 서로의 선전을 진심으로 격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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