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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클럽 등록했는데"…'주 52시간' 첫 출근에 기대 반 우려 반

중앙일보

입력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후 평일 출근 첫 날인 2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건물로 직장인들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후 평일 출근 첫 날인 2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건물로 직장인들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건설업체 8년차 직장인 유모(33)씨는 이번 달 ‘헬스 이용권’을 끊었다.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돼서다. 유씨의 회사는 하루 근로시간이 1시간 줄면서 오후 5시30분이 퇴근시간이 됐다. 유씨는 “저녁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운동도 하고, 회계 관련 공부도 해볼 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그는 “주변 동료들도 제대로 시행될 지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업무가 준 건 아니니 야근이 여전할 거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후 평일 출근 첫날인 2일 직장인들의 입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나왔다. 근무 시간이 준 만큼 여가 시간이 늘어난다는 기대감과 제대로 시행될지, 월급이 많이 줄지는 않을 지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느꼈다.

1일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서 300인 이상 사업장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다. 주당 법정 근로 40시간과 연장 근로(휴일 근로 포함) 12시간을 더해서다.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시행된다.

야간·휴일 근무가 잦았던 대기업 10년차 직장인 정모(34)씨도 기대와 걱정이 함께 든다. 정씨는 “오후에 갑작스레 업무가 생겨 평일에 저녁 약속 잡기가 부담스러웠다. 이제는 개인 약속도 마음 편히 잡을 수 있을 거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퇴근을 앞둔 금요일에 상사가 ‘월요일 아침까지 보고서를 보고 싶다’고 해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이상 ‘공염불’에 머무를 수도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배려가 없는 분위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퇴근을 하고는 몰래 야근을 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거다.

4년차 연구원 김모(32)씨는 “회사에서 6월부터 시범 운영을 했는데 아내와 집밥 먹는 날도 늘고, 화·목 수영 강습도 다니게 됐다”면서도 “다른 회사 친구들에게 시스템상 ‘퇴근 처리’를 한 후 야근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 내게도 그런 일이 생길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긍정적인 온라인 반응들 모음. [네이버 및 트위터 캡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긍정적인 온라인 반응들 모음. [네이버 및 트위터 캡처]

온라인에서는 주 52시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됨을 진심 축하한다. 부정적인 시각도 많습니다만 주 52시간도 같은 수준의 국가에 비하면 많은 노동”이라는 글을 올렸다. 한 네티즌은 주 52시간 시행과 관련된 기사에 “주 5일제도 처음 나올 때 말 많았다. (주 52시간제도) 정착되면 더 살기 좋은 나라 될거다”고 댓글을 달았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긍정적인 온라인 반응들 모음. [네이버 및 트위터 캡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긍정적인 온라인 반응들 모음. [네이버 및 트위터 캡처]

반면 “근로자가 생활이 어려워 자청해서 연장근무를 하던 사람들은 누가 책임지나요”라는 기사 댓글이 있는가하면 “이제 회사에서 주 52시간 근무하면 안된다고 야근 해야 하는 사람들 퇴근 찍고 근무하라고 함”이라는 트위터 글도 보였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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