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원봉사자들의 「두레」정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번 서울올림픽이란 거대한 체전을 치르면서 새삼 확인하고 감동하는바는 우리의 드높은 시민정신이다.
밝고 깨끗한 매스게임을 연츨했던 여고생들의 구슬땀 훌린 연습속에서, 홀·짝수운행의 모법을 보인자가운전시민들의 엄격한 자기관리속에서, 질서정연한 입장과 품위를 지킨 관중들의 모습속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잊어왔던 자신들의 성숙한 시민정신을 새롭게 확인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낯선 이국땅의 선수를 위하여 날마다 침구를 정성스레 정리해주기도 하고, 선수촌 주방에서 궂은 일 마다 않고 식단에 신경을 쓰는 자원봉사 주부들의 섬세한 손길이 있다.
주차장의 자동차 정리에 바쁘고, 선수들의 기록이 나올때마다 컴퓨터에 꼼꼼이 입력을 해야하며, 이름모를 나라의 선수들 뒷바라지에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대학샘 자원봉사자가 있다.
12세의 볼보이에서부터 80세노인의 일본어통역에 이르기까지, 경기장·선수촌·본부호텔등에서서울대회의 실핏줄처렴 미세한 부문에까지 흩어져 제각기 맡은 일에 아무런 보상없이 자신들의 일을 훌륭히 수행해 나가는 자원봉사자들. 이들 2만7천여명의 장외경기에서 우리는 다시금 놀라운 협업·협동의 정신을 발견하게 된다.
예부터 우리네 풍습에는 「두레」라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다. 농사일을 돕기위하여 부락 또는 리단위로 조직된 농업협동체다. 동네의 장정들이 중심이 되어 행수라는 통솔자 밑에 보좌역 도감을 두고 모내기·관개·제초·수확 등의 작업을 공동으로 맡아 처리했다.
부녀자들의 협업정신도 높았다. 7월보름이면 저녁마다 차례로 짐을 옮겨가며 길쌈을 했다. 이를 두레길쌈놀이라했고 충청도에서는「모시두레」, 경상도에서는「돌개삼」이라고 불렀다. 이 모두가 함께 참여해서 함께 일을 풀어나가는 공동체의 협업정신이었다.
두레의 협업정신, 이것이 오늘의 시민정신이다. 역사를 통해 연면히 훌러뫘던 두레의 정신이 일제의 압제와 오랜 독재의 굴레속에서 잠적되었다가 오늘에 와서야 다시 솟아 난듯하다. 물론 농경사회의 노동덕목이 산업사회의 윤리가치와 합일되는데는 오랜 시일이 요했읕 것이다. 대가족 제도에서 핵가족 사회에로, 집체사회에서 개체사회로 전환된 21세기의 산업사회 속에서도 두레의 정신은 아름다운 것이다.
지난 한햇동안 호델·백화점·식당의 주방과 화장실만 찾아다니며 청소하고 계몽을 독려해왔던 YWCA의 보이지 않는 손길 덕택에 우리의 주방·화장실 문화도 크게 개선되었다. 미국 교민들이 결성한「재미동포 올림픽 후원회」는 3백여명의 자원봉사자를 보냈고, 1백억원의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일본의 동포들도 5백22억원의 모금을 전달해왔다. 이 모두가 두레길쌈의 전통이고 두레정신의 발현이 아닌가.
함께 참여하고, 함께 일을 풀어나가는 우리의 시민정신이 이처럼 드높다는 사실을 서울올림픽에서 확인한 것만으로도 을림픽을 치른 댓가는 충분하다. 그동안 잊어버렸던 우리의 두레정신을 확인한것만으로도 서울올림픽은 값지다. 자원봉사자들의 고결한 봉사정신을 통하여 다시금 확인한 우리의 시민정신이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그리고 정치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살아 숨쉴 때, 우리사회는 성숙한 민주사회를 이룩했다고 자부하게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