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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기 불화 국내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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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약사삼존 12신장도'는 붉은색과 녹청과 군청을 어우러지게 한 뛰어난 배색, 아교에 갠금박가루로 강조점을 둔 안정된 구도, 유려한 묘선과 이지러짐 없는 화질 등 고려 불화를 연상시킬 만큼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국보급 희귀본인 조선 초기 불화(佛畵) 한 점이 일본에서 발굴돼 26일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동국대가 전시회를 위해 교토(京都)의 한 개인 소장자에게서 빌려온 '약사삼존 12신장도(藥師三尊十二神將圖.약사여래와 일광.월광보살, 그리고 12명의 장수를 그린 불화)'다.

1477년 성종의 여동생이 발원해 만들어진 왕실용 불화로 보존 상태가 좋다. 임진왜란(1592년) 이전에 그려진 조선시대 초기 불화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실정에서 매우 희귀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5월 2일 개막하는 '건학 100주년 기념 동국대학교 국보전'에 선보일 이 불화는 비단에 채색한 세로 86㎝×가로 56㎝ 크기의 족자식 거는 그림이다.

화면 가운데 높은 보단에 결가부좌한 약사여래를 중심으로 좌우에 일광과 월광 보살이 자리하고 다시 그 좌우 측에 사천왕 등 12신장이 늘어선 전형적인 약사설법도다. 붉은색과 녹청, 군청을 주조색으로 한 뛰어난 색채와 배색, 섬세한 문양, 치밀한 세부 묘선 등이 고려불화와 거의 같아 고려불화의 전통을 이은 조선 전기 불화의 성격을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대좌 앞면의 당초문, 대좌 앞에 따로 놓인 탁자의 꽃무늬 등은 고려불화를 능가할 정도로 아름답다. 12신장 각 상의 형상과 색감의 조화도 완숙해 당대 최고 솜씨의 화공이 그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불화를 주문한 이는 조선조 9대 임금인 성종의 여동생 명숙공주와 부마(공주의 남편)인 홍상으로 기록돼 있다. 그림을 그린 기록인 화기(畵記)에는 이 작품 외에도 아미타여래도.약사여래도.치성광여래도.관음보살도 등을 같이 주문했다고 돼 있어 불교에 기운 당시 왕실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전시기획을 맡은 정우택 동국대 교수는 "특정 여래의 설법도로는 유일한 15세기 불화이며 고려 불화의 전통을 가장 잘 보여줘 조선 초기를 대표할 수 있는 국보급 불화"라고 평가했다. 국내에는 16세기 불화도 두세 점뿐인 실정이라 임진왜란 이전의 '약사삼존 12신장도' 발굴은 한국 불교회화사를 다시 써야 할 만큼 대단한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일본의 소장자가 이 그림의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고, 한국에 돌아가야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 귀향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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