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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4월에 재해방지 권고했는데 정부는 여태껏 뭐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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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는 자꾸 잃어버리는데 외양간은 그대로 방치되고…'.

지난해 태풍 '루사'에 이어 올해 '매미'로 잇따라 큰 피해를 본 데 대한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 4월 '자연재해 대비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재해 방재의 문제점과 분야별 개선방안을 조목조목 들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개선되지 못한 채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우선 행정자치부가 자연재해 대책위원회를 관장하고 있어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는 방재업무를 통합.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하천관리 업무는 건교부, 농업시설은 농림부, 재해구호는 복지부에서 따로 맡고 있다"며 "행정자치부 장관이 타 부처 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방재 전담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15개 광역지자체의 총 정원이 8.7% 줄어든데 비해 방재인력은 이보다 3.2배 많은 28.1% 감소했다.

하지만 방재담당 공무원들은 예산상의 이유로 별로 보강되지 않았다. 이번에 마산에서 해일 피해가 커진 것도 주민들이 제때 대피하도록 방재 전문공무원이 신속히 나서지 않았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피해 조사도 여전히 허둥지둥하고 있다.

감사원은 중앙재해대책본부가 각 지자체로부터 신속하게 피해 집계를 하는 것은 물론 인명피해 조사의 경우 구체적인 원인을 조사해 피해 원인별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언론에서 수십명의 인명피해를 보도하던 13일 오전까지 사망 6명, 실종 8명, 재산피해액 69억여원이라는 집계를 내놓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태풍 '사라'에 비해 피해가 생각보다 작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할 필요성은 작아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습 수해지역인 낙동강 유역도 지난해 감사원이 제방과 배수펌프장의 근본적인 보강을 권고했지만 이번에 도진제 등 둑이 붕괴되고 한림면 배수펌프장의 정전으로 침수피해가 컸다.

감사원은 또 예산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장기복구사업에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복구사업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태풍을 맞아 피해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강원도 영월.정선.태백지역 주민들은 "지난해의 수해복구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이번에 손실이 더 늘었다"며 '인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철근.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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