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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경기 심리 얼어붙는다…2000년 이후 최장 부진

중앙일보

입력

기업 경기 전망이 얼어붙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중앙 포토]

기업 경기 전망이 얼어붙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중앙 포토]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19년 만에 가장 오랜 기간 얼어붙었다. 통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내수는 부진한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9일 매출액 600대 기업 대상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이번 달 기업들의 BSI 실적치는 (91.9)는 38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BSI 실적치는 100 이상이면 이번 달 기업 실적이 지난달보다 호조였다고 평가한 기업이 악화했다고 평가한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BSI 실적치가 100을 밑돌면 이번 달 기업 실적이 지난달보다 나빠졌다고 본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문제는 6월 BSI 실적치가 올해 2월(86.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는 점이다. 특히 BSI 실적치는 무려 38개월 동안 연속으로 100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고용 부문을 제외한 모든 부분(내수(96.0)·수출(96.9)·투자(96.9)·자금(96.9)·재고(101.4)·채산성(93.3))이 100 미만이다. 다만 7월 도입하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영향으로 고용 부문(100.5)은 기준치를 상회했다.

기업들은 다음 달 경기는 더 나빠질 것으로 봤다. 7월 BSI 전망치는 90.7을 기록했다. 6월(95.2)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BSI 전망치 역시 올해 가장 낮은 수준이자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BSI 전망치는 100 이상이면 다음 달 경기를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BSI 전망치가 100 이하라는 것은 다음 달 경기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출(98.1)·내수(96.0)·투자(97.1)·자금(96.7)·채산성(93.6) 등 대부분 지표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고용수요(101.2)는 다음 달에도 늘어난다고 본 기업이 많았다.

조선업 침체로 제조업 경기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울산시 동구 방어동 뒤로 보이는 현대중공업의 골리앗 크레인 [중앙포토]

조선업 침체로 제조업 경기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울산시 동구 방어동 뒤로 보이는 현대중공업의 골리앗 크레인 [중앙포토]

업종별로는 자동차·트레일러·기타운송장비(80.0), 의료·정밀·전기·기타기계(80.0), 1차금속·금속가공(82.5) 등 제조업종의 경기가 가장 나빠진다고 봤다. 비제조업에서는 컴퓨터프로그램·정보서비스(80.0), 건설(87.5), 전기·가스(90.5) 업종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섬유·의복·가죽·신발(105.6), 음식류(103.6) 등 경공업 업종(101.7)은 6월 대비 7월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심화하면서 기업 BSI 지수가 급락했고, 미국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부담도 기업 경기 전망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며 “글로벌 경기둔화와 내수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대내외 경제 상황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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