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언론 서울올림픽에 "침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북한인들에게는 17일의 서울 올림픽 개막행사가 거행되지 않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평양을 방문중인 서방 언론인들을 수행하고 있는 이홍식이라는 북한관리는 17일 『내가TV·라디오·중앙통신들에 확인해본 결과 오늘 올림픽에 관한 보도내용은 없을 것이며 올림픽 기간중 그들이 올림픽과 관련, 어떤일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햇빛이 눈부신 이곳 평양거리에는 바로 2백70km떨어진 서울에서 지상최대의 스포츠경기대회가 막 시작됐다는 조짐은 전혀 발견할 수가 없다.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만난 신해림이라는 건축학도는 『우리가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낫다. 우리는 한민족이므로 올림픽은 공동개최 되었어야했다. 내 동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며 우리는 모두 슬프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또 『올림픽경기가 9월17일 열린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있었다』고 말하고는 『그러나 올림픽경기를 TV로 시청못하는 것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이 올림픽에서 행운을 갖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그 문제에 관해서는 내 견해는 둘로 나눠져있다. 우리는 모두 한민족이므로 동포로서 그들이 잘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이 잘함으로써 어떤 정치적 이점을 갖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인들은 『올림픽이 스포츠 생활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14일 말한 북한 리듬체조챔피언 이숙용의 권고를 유의해 이같은 상황에 순응하려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북한이 내년 7월1일부터 8일까지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제13차 세계청년학생 축전에서 분풀이를 하게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13차 세계청소년축전 조직위원회의 김팽령부위원장은 그러나 17일 AFP통신에 평양청년학생축전이 그같은 의도를 갖고있지는 않다고 부인하면서 『올림픽과 청년학생축전간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년간 평양시내공사에 쓰인 막대한 자금들은 청년학생 축전을 위한 것이었지 올림픽을 대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양남동쪽에 위치한 광복 종합경기시설이 헛되이 건설되지는 않았음을 기꺼이 보여 주려했다.
그러나 올림픽촌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30층짜리 신축 건물들 곁에 4km나 쭉 뻗어있는 폭1백m의 광복대로는 이날 오후 왠지 황량해 보였다. 【평양AFP=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