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패해 80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한 독일이 큰 충격에 빠졌다. 독일 축구계 인사, 언론은 물론 주요 인사, 다른 종목 스타들도 할 말을 잃었다.
독일은 28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에 0-2로 패했다. 1승2패(승점 3)에 그친 독일은 한국에도 골득실(한국 0, 독일 -2)에서 밀려 1938년 프랑스 대회 이후 80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에 대한 독일 언론들의 반응은 매우 냉소적이었다. 키커는 "역사적인 낭패", 빌트는 "악몽이었고 망신"이라고 표현했고, 디 벨트는 "불명예", 슈피겔은 "벌을 받았다', WAZ는 "웃음거리"라면서 자국대표팀의 결과에 부정적인 단어를 키워드로 뽑아 전했다.
평소 축구광으로 알려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매우 슬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 콘퍼런스에 이날 참석해서 인간 형체의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와 대화를 하면서 "솔직히 오늘 우리는 매우 슬프다"는 감회를 밝혔다. 독일 출신의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덕 노비츠키는 "할 말을 잃었다(Speechless)"고 트위터에 올리며 안타까워했다.
독일 축구 전설들도 쓴소리를 남겼다. 2002년 한일월드컵 야신상(최우수골키퍼상)을 받았던 스타 골키퍼 출신 올리버 칸은 ZDF와 인터뷰에서 "독일 유니폼이 선수들에겐 너무 무거웠다는 걸 느꼈다"던 그는 "이 패배엔 많은 이유가 있지만, 팀의 리더가 보이지 않았다. 이 경기(한국전)를 단계적으로 무관심하게 받아들인 건 미스테리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멤버인 로타 마테우스는 카타르 Bein 스포츠에서 "이건 진짜 독일 팀이 아니다"면서 "지난 30~40년간 독일 축구는 위대했지만, 현재 팀은 모든 걸 정반대로 보여줬다. 화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는 열정으로 해야 하지만 난 느끼지 못했다. 독일 팀은 다음 라운드에 올라갈 권리가 없었다. 그들은 좋은 경기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패배를 막지 못한 요아힘 뢰브 독일대표팀 감독에 대한 독일인들의 비판 여론도 거세게 일고 있다. 축구전문매체 키커는 뢰브 감독의 유임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 중 76%가 '아니다'란 응답을 한 반면, '그렇다'는 찬성은 24%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뢰브 감독은 지난달 독일축구협회와 2022년까지 재계약했다. 올리버 비어호프 독일대표팀 단장은 "새롭게 계약을 체결한 뢰브 감독은 앞으로도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며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