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의자 보면 경기 포기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알고 보면 서울올림픽 선수촌은 거대한 「미신촌」이다. 지구촌 각양각색의 미신 총 본산인 셈이며 선수들 일거수일투족이 메달과 직결된 긴박한 상황에서 미신에의 집착은 본국에서 보다 몇 배 강하다 할 수 있다.
서울대회 메달경쟁 상위권으로 예상되는 미국·소련·동독·중국·일본·한국 등 6강의 미신이 질적(?)으로도 우수한 것 같아 소개해본다.
미국선수들은 빈 흔들의자 (Rocking Chair)가 바람에 흔들거리는 걸 보면 질색을 한다. 팀 동료 중에 최대 흉사가 생길 걸로 간주, 경기당일 이런 현상을 봤다면 경기를 포기할 정도란다. 또 열려진 창문으로 새가 날아든다면 팀 내 초상이 예견되는 흉조로 여긴다. 여자선수들은 특히 열쇠고리에 토끼다리모형을 끼어 가지고 다니는데 바로 우리식 부적이다.
소련선수들에게 최대흉조는 검은 고양이다. 큰 경기를 앞두고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릴까 전전긍긍할 만큼 검은고양이 기피증인데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성시되던 이것이 소련에선 어쩌다 이 지경으로 푸대접인지 모를 일이다. 또 경기당일 농담으로라도 「이기라」고 격려 않는다. 반드시 「져 주라」고 반어적 독려를 해야 승운이 따른다고 타스통신의 기자단장 「쿠쿠시킨」은 귀띔한다.
도토리가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선수들이 의외로 많은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동독선수들에게 서울은 참으로 안식처다. 다름 아니라 굴뚝청소부를 볼래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굴뚝 청소부는 「액운의 초대자」, 바로 그것이다. 선수 각자는 날마다 신으로부터 할당된 일정량의 행운이 있는데 굴뚝청소부는 그걸 몽땅 쓸어가 버리는 걸로 인식되는 것이란다.
중국선수들은 의외로 미신이랄 것이 없는 게 유교·불교·회교·라마교에다 가톨릭까지 잡다한 종교가 퍼져있어 이들 종교의 금기사항이 그들에겐 곧 미신이 되는 셈이다.
일본선수들은 중요경기를 앞두고 이발·면도를 자제하는 건 우리와 비슷하나 이들의 미신은 다분히 기록 보유적인 데가 있다. 과거 큰 대회서 우승했을 때 입던 유니폼이나 신발·양말 등을 소중히 간직했다가 앞으로 닥칠 주요게임에서 다시 착용하는 것이다.
한국선수들 중 상당수가 경기에 임박, 영구차 보는 걸 「소원」으로 삼는다. 경기당일 이부자리 안개고 첫 대면이 여자가 안되게끔 안내자를 딸려 눈을 감고 경기장으로 나서기도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