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옳았다" 입술 깨문 미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요즘 신이 났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들려오는 잇따른 '승전보'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의 신차 판매대수는 미국의 '빅 3'가 전년 동월대비 2% 증가한 데 비해 일본의 '빅 3'는 14.8%가 늘었다. 미국의 '빅 3'는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이고, 일본의 '빅 3'는 도요타.닛산.혼다다. 도요타.닛산의 판매대수는 월간으로는 사상 최고기록이다. "미국의 '빅 3'는 지는 해이고, 일본의 '빅 3'는 떠오르는 해"(도요타 자동차 간부)란 자신감 넘친 말들이 넘쳐나올 만 하다.

◆일 업체들, "미국으로, 미국으로"=도요타는 지난해 북미시장에 85억달러의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GM의 73억달러에 비해 16%나 더 많은 것이다. 2월에는 멕시코 티후아나에 소형 픽업트럭 공장을 완공했다. 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도 북미지역 6번째가 될 대형 픽업트럭 공장 건설을 거의 마무리해 가고 있다. 6개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160만대에 이른다. 또 미시간의 자동차 개발거점인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TTC)'에도 160억엔을 투입, 현재의 7.5배 크기로 확장키로 했다.

도요타의 이 같은 확장 전략의 목표는 딱 하나다. 북미지역을 장악해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업체가 되겠다는 것이다.

닛산은 미국 시장을 겨냥해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 차량을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해 23.7%에 달한 미국 매출증가율(판매대수는 98만6000대)에 자신감을 더하고 있다. 혼다도 요즘 미 시장에 경트럭 광고를 연일 내며 그동안 미국 '빅 3'가 장악했던 트럭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경쟁력의 원천은 수익성과 '하이브리드'=#1."그동안 판매장려금을 받아 경쟁차 보다 조금 싸게 팔 수 있었는데 이 마저 줄어드니 팔리지않는 차라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미국의 한 현지 자동차 딜러)

미 시장에서 일본 차의 경쟁력은 뛰어난 품질 외에도 수익성에 있다. 최근 미국의 투자회사 메릴린치의 조사에 따르면 신차 1대당 인센티브(업체가 딜러에게 지원하는 판매장려비)에서 미국 차들은 일본 차에 비해 턱없이 높다. GM은 3814달러로 업계 최고다. 판매가 여의치 않으니 딜러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높은 인센티브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무리한 '출혈 경쟁'을 하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하고 재무부담이 커졌다. 그래서 최근 그 액수를 줄이기 시작하자 딜러들은 그동안 깎아줬던 자동차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소비자들의 싸늘한 반응과 함께 판매가 더욱 부진해지는 '악순환'이 거듭 되고 있는 것이다.

#2."확실히 우리의 전략 미스였다."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자동차 모터쇼장.

GM의 밥 루츠 부회장은 보도진 앞에서 입술을 깨물며 '반성'했다. 전기와 휘발유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환경친화형 차세대 자동차로 연비가 2배 향상된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도요타에 뒤쳐졌음을 공식 시인하는 순간이었다.

2000년부터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팔기 시작한 도요타는 올해 미 시장에서 10만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빅 3'는 "결국은 '연료전지차'가 본류가 될 것"으로 판단, 하이브리드에 대한 투자를 꺼렸다. 그러나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가 폭발적 히트를 치자 따라오지 않을 수 없었다. 뒤늦게 미국의 '빅 3'가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 나서는 동안 도요타.혼다 등 일본 차들은 무주공산인 이 시장을 완전 장악한 상태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최근 승용차뿐 아니라 '렉서스 RX400h' 등 SUV에도 하이브리드차를 투입하고 있다. 이미 판매 시작 전부터 주문이 연간 목표치의 절반인 2만대를 넘어섰다. 혼다도 '시빅'등 3차종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투입, 판매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71.4%나 늘었다.

뉴욕.도쿄=심상복.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