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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맞은 증시…물류 마비 등 장기악재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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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태풍 ‘매미’의 여파가 증시에도 몰아닥쳤다. 태풍이 업종·종목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주가의 희비가 엇갈렸고, 태풍 피해가 증시는 물론 경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피해 업종=직.간접적으로 태풍 피해를 본 조선.석유화학.보험 관련주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15일 증시에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주의 주가가 1~6% 가량 하락했다. 교보증권 장근호 연구원은 "정전 사태 및 공장.선박 피해로 조업이 일시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향후 건조 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조업이 1주일 중지되면 납기를 맞추기 위한 특근으로 인건비가 상승하는데 이는 조선업 경상이익의 2.8%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유화업종도 조업 중단 등으로 타격을 입었다. 교보증권 이혁재 연구원은 "주요 업체들이 밀집한 여천단지의 피해가 크지 않다는 게 다행이지만, 항만 파손으로 수출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재중 연구원은 "LG석유화학.SK.S-Oil 등의 공장가동이 속속 정상화되고 있지만 매출 손실과 공장 정상화 비용으로 각사의 이익 전망을 조정하는 작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해운사도 부산항의 크레인 전복 등으로 화물 처리가 지연되면서 일시적인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밝혔다.

LG화재.동부화재.쌍용화재 등의 주가도 15일 4% 넘게 하락했다. 손해보험사들이 이번 피해로 1천5백여억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부담 요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손보사들이 재보험에 가입한 경우가 많아 단기 악재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반사이익 업종=LG투자증권 이창근 연구원은 "복구작업을 위한 정부의 예산 지출이 늘면서 건설업체의 매출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0년 이후 6개의 주요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건설주 주가가 좋은 흐름을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모든 건설사가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고, 주로 토목 위주의 건설사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시멘트 관련주도 복구작업을 위한 건자재 수요가 늘면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에셋증권 조표훈 연구원은 "영동선 철도 복구에 한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강원도에 공장이 있는 쌍용양회.동양시멘트 등 보다는 한일시멘트.성신양회.아세아시멘트 등 충북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태풍 루사가 지나갔을 때도 충북의 시멘트주가 올랐다.

◇장기 악재 될 수도=복구가 늦어지면서 피해업체들의 손실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하반기에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주가가 오르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특히 항만.철도 등 물류 시스템을 복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부담이다.

한국투자증권 김재은 이코노미스트는 "물류시스템이 정상 복구되려면 최소 2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며 화물연대의 파업 등으로 불거졌던 물류문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부족한 일조량에 태풍까지 겹쳐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 '물가 상승→소비심리 위축→내수 부진→경기회복 지연→증시 부진'이라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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