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부 정치개입 안 한다&&미지, 올림픽 이후 진단|많은 장교 전두환씨 행적에 분개 행동파 학생들도 학업 충실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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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워싱턴=연합】영향력 있는 미국 일간지가운데 하나인 월스트리트저널지는 16일 한국의 정치무대에서 지난 수십년 동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온 두개의 집단인 군부와 학생은 올림픽이후의 시대가 한국에 다가옴에 따라 정치로부터 본래의 임무로 돌아갈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올림픽이 끝난 후 전개될 한국의 정치정세에 관한 서울 발 전망기사에서 『근 30년 동안 때로는 철권을 휘두르며 나라를 운영해온 군 지도부는 좀더 민주화된 환경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고 좌편에 있는 학생들은 이제는 한국의 보통사람들이 그들을 민족의 양심으로서 자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널지의 이 기사는 「제임스·릴리」 주한미대사가 15일 방영된 NBC-TV의 회견에서 한국의 극우 극좌세력이 다같이 쇠퇴하고있고 국민의 지지를 잃고있다고 밝힌 지 하루만에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의 정치상황을 분석, 소개했다.
서울주재 특파원이 쓴 저널지의 이 기사는 『현기증 날 정도의 정치적 격변과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한 지속적인 긴장이 지난 1년 동안 계속돼온 지금 한국의 중간층은 좀더 세속적인 일상사에 전념할 채비를 하면서 나라가 필요로 하는 일에 관한 나름대로의 판단을 하고 있다』고 저널지는 덧붙였다.
이 신문은 최근 몇 달 동안 올림픽기간 중의 정치휴전이 끝나면 대대적인 사회불안으로 번지며 군부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들이 있어왔지만 『이제 그러한 시나리오는 설득력을 잃고 있는 듯 하다』며 『군 장교들과 그들을 잘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군부의 강경파들까지도 정치적으로 대담한 일반국민이 그들을 지지하지 않으리란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이 인용한 한 육사졸업생은 『노태우 대통령이 올림픽 후 질서회복을 위해 강경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기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군부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상 군이 개입하기는 이제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인했다.
또한 많은 군 장교들은 전두환 전대통령이 정치를 하면서 군의 이름을 더럽힌 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고 저널지는 전했다.
한 육군대령은 『정치적 야심을 가진 소수의 장교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인용 보도되었다.
그러나 한국군부가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 한 중요한 정치적 사회적 세력으로 남아있기는 할 것이라고 저널지는 덧붙였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 군 장교는 『소련군이 볼티모어에 있다면 미군도 워싱턴에서의 발언권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개혁을 위한 민중운동의 선봉에 섰던 학생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관심사가 졸업후의 취직걱정으로 바뀌어졌다고 저널지는 보도하면서 통일문제라는 최근의 쟁점을 내세운 행동파 학생들의 주장이 캠퍼스에서 광범위한 동조를 받고 있기는 하나 그들의 이념적 주장에 따라 행동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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