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고싶은 서울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언제쯤 네 얼굴 한번 보겠니?』
『서울올림픽에 꼭 가 뵙겠어요.』
『애기는 많이 컸지?』 『이젠 아기가 아니어요. 열 살이 되었어요.』
『오! 어느새 세월이… 외국에 살아도 우리말을 잘 가르치거라.』
『네, 말이 조금 서투르지만 글씨도 곱게 쓰고 읽을 줄도 알아요.』
언제나 아쉽게만 끝나는 국제전화, 저쪽의 보고 싶은 내 혈육들,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젖먹이 백일 때 떠나온 아들이 10살이 되는 1988년. 귀엽고 건강하게 자란 아들의 손목을 잡고 고향에 가고 싶었다.
눈뜨면 쫓기 듯 바쁜 해외생활, 엄마 아빠 외엔 제 나라 말을 나눌 제 또래의 벗 하나 가져보지 못한 범이에게 인류의 제전인 올림픽이 열리는 제가 태어난 땅, 자랑스러운 모국의 모습을 보여줘야지. 벌써 몇 달 전부터 서울행 비행기 좌석권을 예약해 놓고, 가고 싶고 또 하염없이 보고 싶은 서울의 거리를 나는 꿈속에서도 거닐곤 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남편이 성화봉송을 위해 귀국한 후 회사를 비워야하는 것이 마음 놓이지 않아 내 일생 단 한 번밖에 없을 올림픽성화를 봉송하는 그이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가까이 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나는 9월에 새 학년 된 아들 등교준비를 했다.
준비했던 그 귀한 개회식 입장권도 귀국하는 친지를 통해 시댁으로 보냈다. 평소 시어머님은 외국에 있는 우리대신 보살펴준분께 드리기로 했단다.
지나간 몇 해 동안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나는 올림픽홍보에 열을 쏟았다.
상하의 나라 싱가포르는 지리적인 특성 때문인지 아들이 다니는 아메리칸 스쿨은 세계 각국의 어린이가 모여 공부를 한다. 수백 명의 외국인이 모이는 학교행사는 서울올림픽을 알리는 더할 수 없는 좋은 기회였다.
『See You in 1988 Seoul Olylmpic』.
서울올림픽이 한국과 세계가 하나의 계기가 되어 조국번영의 기틀이 되기를 이 밤 간절히 기원한다.

<#11-10 River Walk A·pt.20upper, Circular Road Singapore 0105>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