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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복지관 노인들 '치매 도우미' 결성 봉사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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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 경로당에서 관리하는 중증 치매환자는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요. 지난달만 해도 혼자 일어서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몇 발짝 걷기도 합니다."

"처음 치매 예방체조를 하자고 하면 좀 꺼려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요즘엔 매일 아침 모든 경로당 노인들이 하고 있어요."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동노인종합복지관. 사무실 탁자에 둘러앉은 노인 14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경험담을 나눴다. 6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인 이들은 지난 6월부터 성동구내 시범경로당 7개소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실버 치매 도우미 봉사단'. 이들은 가족이나 전문 치료기관의 도움을 받기 힘든 중.경증 치매환자들을 무료로 돌보고 있다.

거주지역 치매환자들의 말벗.외출 동행.식사수발.운동지도와 치매 조기발견을 위한 모니터링 등이 이들의 역할이다. 지난 봄 실시된 봉사단 양성과정에서 전문가들로부터 치매의 원인과 증상, 치매환자의 배변.식사.욕창 관리법, 증상별 대처방법 등을 교육받았다. 한달에 한번 봉사단 회의 및 재교육이 있는 날이면 이들은 복지관에 모여 환자들을 돌본 경험담과 관련 정보를 나누고 인근 대학교수나 의사, 복지사에게서 재교육도 받는다.

성수동 성원경로당에서 90세 중증 치매환자 1명과 80대 경증 환자 2명을 돌보고 있는 박은경 할머니(69)는 "하루 평균 9~10시간 치매노인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이제 치매 전문가 못지 않아졌다"며 "최근 배우기 시작한 인터넷으로 치매 치료법 등을 검색해 도움을 얻고 있다"고 자랑했다.

정경해 할머니(80.행당동)는 "치매 환자를 혼자 두면 증세가 악화된다"며 "경로당에 나오기 힘든 중증 치매노인들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말벗이 되어준다"고 말했다.

한상형 할아버지(80.응봉동)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주위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함께 늙어가는 친구와 서로 의지한다는 마음으로 봉사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실버 치매 도우미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는 성동노인종합복지관 측은 "올 상반기 관내 70개 경로당 이용 노인을 검사한 결과 약 31%가 중.경증 치매증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다 효과적인 치매 노인 관리를 위해 실버 도우미 무료 봉사단을 모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여대 사회사업학과 이윤로(李允魯)교수는 "봉사자들이 치매환자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므로 증세를 상세히 지켜볼 수 있는데다 연배가 비슷해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치매환자들과 신뢰관계를 맺기 수월하다"며 "도우미들은 봉사를 통해 보람을 얻고 자신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으므로 치매환자와 도우미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신은진 기자 <nadi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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