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국왕 "4년 만에 하원 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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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넨드라 국왕은 이날 오전 5분간의 TV 연설에서 민주화 시위 희생자와 그 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뒤 "야권의 요구를 받아들여 하원을 복원하며 28일 회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7개 정당으로 이뤄진 야당연합은 "의회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므로 환영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이와 함께 제1야당인 네팔의회당의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 당수를 차기 총리로 추대하고 이를 국왕에게 통보키로 했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갸넨드라가 야권이 요구한 '왕정 종식을 위한 입헌군주제 개헌'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왕권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국왕에겐 막강한 의회해산권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민주화 요구를 억누를 수 있다.

이 때문에 하원 복원이 발표된 25일에도 국왕 퇴임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파업이 그치지 않았으며 수도 카트만두에서는 산발 시위가 계속됐다.

미 국무부는 "완전한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국왕이 권력을 정당에 이양하는 추가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공관의 필수요원을 제외한 자국민에게 모두 네팔을 떠날 것을 촉구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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