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경→경찰청장 거쳐 정년퇴임···이철성 "제빵 배울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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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성 경찰청장. [연합뉴스]

이철성 경찰청장. [연합뉴스]

이철성 경찰청장이 30일 정년 퇴임한다. 청장으로 정년을 맞는 첫 번째 사례고 역대 경찰청장 중 임기를 다 채운 세 번째 수장이다. 이 청장은 26일 열린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퇴임 후 특별한 계획은 없다. 오랫동안 일을 해온만큼 쉬면서 제빵과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계급 거쳐 임기 채우고 정년퇴임하는 첫 경찰청장 #4대 권력기관장 중 전 정권 인사로 유일하게 살아남아 #퇴임 이후에는 차기 내정자 민갑룡 차장 직무대행 체제

이 청장은 지난 1982년 순경으로 처음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경사로 근무하던 1989년 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해 37기로 재임용 됐다. 그는 순경으로 시작해 치안총감까지 모든 계급을 거친 유일한 경찰이기도 하다.

이 청장은 “정년 퇴직을 하는 첫 번째 청장이 됐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고 경찰 조직에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큰 탈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준 현장 직원들과 경찰청 참모들, 언론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시작된 촛불집회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당시 열렸던 대규모 촛불집회는 경찰 수장에 오른 지 몇 개월 안 된 이 청장의 리더십과 정무적 감각을 가늠하는 시험대였다. 이 청장은 “기존에는 물리적 장벽을 세웠는데 경력 운용을 다르게 했다. 민심의 흐름이 변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뜻,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집회를 관리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며 ““참가하신 국민들이 워낙 질서를 잘 지켜주셔서 폭력적 집회로 변질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 정부에서 집회를 강하게 막으라는 지시는 없었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없었다. 청와대까지 오니까 상황이 어찌될 지 몰라 수비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정도는 있었지만 그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다”고 했다. 집회 관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사정당국 수장 중 이철성 청장은 전 정권 출신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 남았다. 지난해 말 있었던 거취 논란에 대해서는 “공무원이니 임명권자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붙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가 된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에 대한 의견도 냈다. 이 청장은 “수사구조 개혁보다 자치경찰제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수사구조 개혁은 고소고발, 경제범죄, 집회시위 한 해 건수 170만 건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문제”라며 “자치경찰제는 경찰 전체의 치안 문제, 국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본다. 안정적 치안을 유지하면서 현 정부의 방향성이나 분권 등을 어떻게 녹여내고 돈을 얼마나 안들게 할 것이냐는 부분이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철성 청장이 30일 퇴임함에 따라 이후에는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민갑룡 차장이 당분간 직무를 대행할 가능성이 높다. 민 차장의 인사청문 요청안이 지난 20일 국회에 접수됐지만, 아직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요청안이 접수된 날부터 20일 내로 인사청문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경찰은 다음 달 9일 이전에는 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가 법정기한 내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직권으로 임명할 수 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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