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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번없는 6·25 용사를 기억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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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 황재중 문산호 선장의 외손녀 고양자씨(오른쪽)가 충무무공훈장을 들고 기념촬영했다. [사진 해군]

고 황재중 문산호 선장의 외손녀 고양자씨(오른쪽)가 충무무공훈장을 들고 기념촬영했다. [사진 해군]

6·25전쟁 중 장사 상륙작전에 참여했다가 전사한 민간인 고 황재중 선장에게 훈장이 수여됐다. 황 선장이 전사한 지 68년 만이다.

민간인 전사자 황재중 선장에 훈장 #석탄운반선 몰고 경북 장사에 상륙

해군은 25일 황 선장을 대신해 외손녀인 고양자(63)씨에게 충무무공훈장을 전달했다. 충무무공훈장은 5등급의 무공훈장 중 셋째로 높다. 전투에서 뚜렷한 무공을 세운 자만 받을 수 있다. 무공훈장 전달식은 고씨가 사는 제주도의 해군 7전단 세종대왕함에서 열렸다. 엄현성 해군참모총장은 최성목 해군 준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도록 헌신하신 참전용사들의 공적을 기리는 것은 후손들이 해야 할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해군은 황 선장이 전쟁 승리에 크게 기여했지만 현역 군인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서훈이 누락된 것을 확인하고, 수년간 관련 문헌을 찾아 정부에 서훈을 추천했다.

그는 문산호의 선장이었던 1950년 석탄을 운반하다가 전쟁이 일어나자 바로 해군 작전에 동원됐다. 전쟁 중 수차례 군 병력 수송 작전을 수행했으며 장사 상륙작전 중 전사했다. 장사 상륙작전은 그해 9월 14일 경북 영덕 장사리에 육군 제1유격대를 상륙시켜 북한군 주력부대를 유인하고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실시됐다. 인천 상륙작전을 하루 앞두고 적을 교란하려는 목적의 양동작전이었다.

작전에 참여한 육군 제1유격대 772명은 대부분 10대 학도병이었다. 이들은 문산호를 타고 상륙지역으로 이동했으나 태풍 케지아의 영향으로 배가 좌초됐다. 적의 집중포화를 받고 풍랑이 일었지만, 황 선장은 상륙을 감행했다.

당시 북한군은 대규모 병력이 상륙한 것으로 오인하고 주력부대를 이동했다. 유격대원들과 문산호 선원들은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도 일주일간 적 200여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황 선장을 비롯한 130여명의 유격대원과 선원은 결국 전사했다. 유엔군과 국군은 북한군의 허점을 틈타 인천 상륙작전을 성공하고 6·25 전쟁의 판세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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