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새로운 시각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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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하는 각종 민·관 미술전시회가 지나치게 서구작가 및 작품 쪽으로 기울어져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화의 현대성과 특질을 모색해보기 위한 대규모 전시회가 민간차원에서 처음으로 기획돼 주목을 받고 있다.
「1988현대 한국회화전」이란 이름에「수묵과 채색을 통한 새 시각」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전시회는 호암갤러리가 주최, 15일부터 10월 14일까지 30일 동안 중앙일보사 사옥 내동 갤러리의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 참가작가는 김병종·김천영·김호득·문봉선·서정태·송수남·송영방·이규선·이호종·이종상·홍석창·황창배씨 등 모두 50명. 이들은 평론가·작가로 구성된 10인자문의(위원 송수남·송영방·심경자·오태수·이경수·이규선·이종상·정탁영·오광수·유홍천) 가 추천한 후보 1백여 명 가운데 두 차례의 토의를 거쳐 최종 선정된 작가들이다.
『연령·출신학교나 지역, 작품경향 따위를 일체 구별하지 않고 현대성을 지닌 우리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모두 선정 대상으로 삼았다』는 게 호의갤러리 측의 얘기다.
작가들에게는 내용·형식에 관계없이 1백호 기준으로 한사람 당 2점씩을 출품하게 했는데 백순실·김병종·이규선씨 등 4∼5명이 3백호에서 5백호에 이르는 대작 1점씩만을 출품, 총 출품작 수는 98점으로 확정됐다.
이번「88현대한국회화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종전과 같은 평면적이고 획일적인 전시 타성을 벗어나 한국화가 배경으로 갖고있는 사상성의 추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주최측은 지난 6월 30일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초대작가와 한국화분야의 전문인들을 초빙한 가운데 대대적인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작가 문봉선·평론가 오광수·작가 이종상씨 등의 발제강연자들은 한국화가들이 견지해야할 방법론으로「전통과 현대의 조화 위에서는 현실체험의 미적 형상화」를 들고, 한국화도 이제부터는 낙후된 지방주의 양식에서 벗어나 세계언어로서의 공감대를 지니는 보편적 회화를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현대회화에 적용하고 있는 서양화·한국화식의 이분법적 분류기법은 이미 의미상의 타당성을 잃고있으며『가장 한국적인 감성을 가지고 가장 한국적인 미의식을 구현해낸 작품이라면 모두 한국화 속에 포섭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긴요한 때』라는 점에 견해를 함께 했다.
주최측인 호암갤러리의 한 관계자는『6월의 워크숍에서 나온 다양한 견해들을 수렴, 크게 동서양화란 이질적 분류개념의 극복, 자생문화로서의 현대회화의 실험과 모색, 전통개념의 재해석을 통한 한국성의 회복에 전시회 개최의 취지를 두었다』고 밝히고『이 전시회가 특별히 서울올림픽기간 중에 열리게 된 만큼 외국인들도 많이 관람해 현대 한국화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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