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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실종 여고생 추정 시신, 야산 정상 부근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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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남 강진에서 지난 16일 실종된 여고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러 간다”며 아버지의 친구를 만나려고 집을 나선 지 8일 만이다.

휴대전화 신호 마지막으로 잡힌 곳 #평소 사용하던 립글로즈도 발견 #산 아래엔 50대 용의자 차량 주차

24일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3분쯤 강진군 도암면 지석마을 인근 매봉산에서 고교 1학년 A양(16)으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 발견 지점은 해발 250m 정상 부근이다. 산은 마을에서 약 1㎞ 거리다. 도보로 30분가량 걸린다.

시신은 알몸 상태였다. 시신의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여서 육안으로 신원 확인은 어렵다. 가족들도 신원을 확신하지 못했다. 다만 시신 주변에서는 A양이 평소 써온 것으로 보이는 립글로즈가 발견됐다. 옷이나 다른 물건은 없었다.

그동안 경찰은 A양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매봉산 일대에서 수색을 해왔다. 경찰견을 투입해 수색하던 경찰이 숲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매봉산 아래에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지난 17일 오후 6시17분쯤 집 주변 공사 현장에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A양 아버지의 친구 B씨(51)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A양 추정 시신이 발견됐지만, 구체적인 사망 경위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A양이 다른 곳에서 피살됐는지, 산에서 살해된 뒤 유기됐는지 등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경찰은 이번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B씨와의 연관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B씨는 A양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A양은 지난 16일 오후 ‘아빠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준다고 했다’는 SNS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낸 뒤 연락이 끊겼다. 이날 오후 1시 38분쯤 집을 나선 것으로 파악된 A양의 휴대전화 전원은 당일 오후 4시 24분쯤 꺼졌다. B씨는 친구의 딸인 A양에게 아르바이트를 시켜주기로 한 점을 비밀로 하게 했다. 이 사실은 A양이 친구에게 남긴 SNS 메시지를 통해 확인됐다. A양은 실종 전날 아르바이트를 간다는 사실을 알리며 “위험하면 신고해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B씨가 A양이 실종된 당일 보인 모습도 석연치 않다. B씨는 지난 16일 오후 11시30분쯤 A양의 가족이 집으로 찾아오자 뒷문으로 집을 나섰다. 무엇보다 지난 16일 A양과 B씨의 동선이 비슷하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 폐쇄회로TV(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B씨는 A양 실종 당일 오후 5시 50분쯤 세차를 했으며 집에 도착한 뒤 옷가지로 추정되는 물품을 태우는 모습도 CCTV에 잡혔다. 경찰은 이 같은 점들을 토대로 B씨가 A양에게 아르바이트를 시켜줄 것처럼 꾀어낸 뒤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범행 시간대는 A양의 휴대전화 전원이 끊긴 지난 16일 오후 4시 24분부터 B씨가 귀가한 같은 날 오후 5시 35분 사이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DNA 분석 등을 통해 시신의 신원을 확인한 뒤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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