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태양은 ‘작렬’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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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는 올해 들어 첫 폭염경보가 내려졌다고 한다.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되면 폭염경보가 내려진다고 한다. 이렇게 더울 때는 무엇보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오래 있으면 일사병에 걸리기 쉽다.

그렇다면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은 ‘작렬’하는 것일까, ‘작열’하는 것일까? ‘○○하는 태양’이란 말을 쓰고 싶은데 ‘작렬’인지 ‘작열’인지 헷갈린다. 아마도 ‘작렬’을 고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답이 아니다.

‘작렬(炸裂)’은 ‘터질 炸’ ‘터질 裂’로 이뤄진 한자어로 포탄 등이 터져 쫙 퍼지는 것을 뜻한다. “포탄이 적을 향해 작렬했다”처럼 쓰인다. ‘작렬’은 축구 경기에서 골이 터지거나 야구에서 홈런 또는 안타가 나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도 사용된다. “드디어 우리 팀의 첫 골이 작렬했다”와 같이 쓰인다.

태양이 뜨겁게 타오르는 것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은 ‘작열’이다. ‘작열(灼熱)’은 ‘불사를 灼’과 ‘더울 熱’자로 구성된 한자어로 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오후의 태양이 뜨겁게 작열하고 있다” “불길이 끊임없이 작열하고 있었다”와 같이 사용된다. 따라서 ‘○○하는 태양’은 ‘작렬’이 아니라 ‘작열’을 넣어 ‘작열하는 태양’이라고 해야 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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