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스탐을 잡았다, 임·성·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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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여제 소렌스탐과 맞대결을 펼친 끝에 역전승을 거둔 임성아가 감격에 겨워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스톡브리지 AP=연합뉴스]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었다.

마지막 4라운드 챔피언조에서 함께 라운드한 상대는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소렌스탐은 3라운드 합계 17언더파였고, 임성아(22.농협한삼인)는 1타 뒤진 16언더파였다. 소렌스탐은 지금까지 마지막 날 선두로 나선 66차례의 대회에서 46승을 거둔 '넘버 1'이다. 우승 확률이 70%나 된다는 이야기다. LPGA투어 2년차에 우승 경험이 없는 임성아가 상대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상대였다.

그러나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던가. 임성아의 뚝심에 오히려 소렌스탐이 제풀에 무너졌고, 임성아는 2002년 프로 데뷔 후 첫 우승과 동시에 LPGA투어 첫 승을 거뒀다.

임성아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스톡브리지의 이글스랜딩 골프장에서 끝난 플로리다스 내추럴 채러티 챔피언십에서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로 소렌스탐을 2타차로 제쳤다.

"무척 떨렸어요. 지금도 떨리는걸요. 하지만 2등으로 선두를 쫓아가는 게 부담이 덜했어요. 아마 제가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저로서는 소렌스탐과 함께 라운드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에요."

임성아의 역전 우승 원동력은 평정심이었다. 2, 3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며 한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뒤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한 편의 멋진 드라마를 골프팬들에게 선사했다.

"초반에 연속 보기를 했을 때는 틀렸구나 싶었어요. 그렇지만 곧 모두 잊어버리고 파세이브만 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는데 결과적으로 주효한 셈이지요."

천하의 소렌스탐도 16번 홀까지 임성아가 공동 선두로 버티자 17번 홀(파4)에서 무너졌다. 드라이브샷이 오른쪽 OB(아웃 오브 바운스)구역에 떨어지면서 더블 보기. 소렌스탐은 "17번 홀 티샷은 이번 대회 최악의 샷이었다. 오늘은 도무지 내가 나 같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단독 선두가 된 임성아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깨끗한 버디로 우승을 자축했다.

임성아는 "올해 목표가 우승이었는데 벌써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젠 2승, 3승을 거둬 이번 우승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한희원(휠라코리아)은 합계 13언더파 공동 5위, 장정(기업은행)은 12언더파 공동 8위에 올랐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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