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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ㆍ도시락ㆍ원두커피… "편의점 히트상품, 제 손안에 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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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패션업계에서 디자이너가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한다면 식품업계에서 맛의 최신 트렌드를 이끄는 건 식품개발자의 몫이다. 그래서 유행과 변화가 특히 심한 편의점 식품의 개발자들은 20~30대가 대부분이다. 맛의 트렌드를 한 발짝 먼저 읽고 또 변화에 맞춰 새로운 상품으로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젊은 감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븐일레븐 황우연(56) 신선팀장은 5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업계에서 가장 왕성한 식품개발자로 꼽힌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원두커피·반찬 시리즈·고구마 등을 처음 개발했고  최근엔 디저트까지 히트시키며 '히트상품 제조기'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다.

    편의점의 식품 업계서 히트 제조기로 통하는 세븐일레븐 황우연 팀장이 자신이 개발한 상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편의점의 식품 업계서 히트 제조기로 통하는 세븐일레븐 황우연 팀장이 자신이 개발한 상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요즘 직장인이나 청소년들이 흔히 즐기는 편의점 도시락도 황 팀장의 손을 거쳐 3년 전 처음 출시됐다. 황 팀장은 "1인 가구가 늘고있다는 데 착안해 개발했다"며 "쌀은 삼광미 한 종만 사용하고 반찬도 직접 조리해 맛을 유지한 게 히트 비결"이라고 20일 말했다. 그는 도시락의 첫 출시를 앞두고 쌀의 도정 과정을 직접 살피고, 닭튀김도 여러 조각 대신 푸짐해 보인 게 커다란 한 조각만 넣고, 반찬의 색깔 구색까지 맞추는 등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다고 한다.

또 당시 유행하던 방송에서 먹방 캐릭터를 선보인 걸그룹 출신 '혜리'를 모델로 내세운 것도 히트하는 데 일조했다. 최근 황 팀장이 만든 밥통령 시리즈(연어당, 새우자 등)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마약 아이템으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으며 편의점 간편식 시장을 대표하는 상품이 됐다. 황 팀장은 또 편의점 핫 아이템으로 부상한 디저트 시장에서도 다른 편의점과 달리 떡을 추가해 차별화하고 있다.

식품개발업계에서 현장 최고령 팀장으로 통하는 황 팀장이 잇따라 히트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꾸준한 정보탐색과 핫(hot)한 곳이라면 언제든 뛰어가는 발품, 젊은 직원들과의 끊임없는 대화 외에 비결이 없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출근 즉시 인터넷에서 핫플레이스를 찾고, 찾은 장소는 거리에 상관없이 어디든 방문하고, 나이를 떠나 만나는 사람마다 묻고 또 묻는다는 것이다.

 세븐일레븐 황우연 팀장은 히트상품 개발 비결로 끊임없는 정보 찾기, 발품, 젊은 직원들과의 대화를 꼽았다.

세븐일레븐 황우연 팀장은 히트상품 개발 비결로 끊임없는 정보 찾기, 발품, 젊은 직원들과의 대화를 꼽았다.

이렇게 맛에 매달려 사는 황 팀장이지만 그는 원래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본인 이름을 내건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수의사 출신이다. 황 팀장은 "1990년대 초만 해도 반려동물 시장이 지금처럼 번성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음식의 맛에 반해 식품 개발자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뒤 롯데마트를 거쳐 4년 전부터는 세븐일레븐에서 일하고 있다. 그간 푸드팀·즉석식품팀·신선팀 등을 거쳤다. 황 팀장은 "27년간 식품 관련 일을 했지만 지금도 맛은 참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맛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장(醬)에 기반을 둔 우리의 맛이 오래가더라"라며 "그래서 퓨전 스타일보다는 향토적인 전통적인 맛에 기반을 둔 상품을 주로 개발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 편의점은 침체를 겪고 있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달리 꾸준한 성장세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편의점업계 매출은 10조1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2조2000억 원대로 배 가량 늘었다. 점포 수도 2011년 2만1200여개에서 올해에는 3월 기준 4만192개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출처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출처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황 팀장은 편의점은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1인 가구가 늘수록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가 증가할 것으로 봤다. 고령층의 거동이 불편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300m 이내 생활권에, 떨어지는 소화능력에 맞춘 미니 도시락, 기억력이 쇠퇴해 가열할 때 불이 필요 없는 냉동식품 같은 편의점 서비스가 계속 등장해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온라인몰이나 대형마트와의 경쟁에 맞서 품질의 질에 비해 합리적 가격을 내세운 가성비 높은 상품이 편의점을 통해 계속 서비스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팀장은 올겨울에는 도시락과 함께 냉장 만두도 편의점에서 맛볼 수 있다고 했다. 황 팀장은 "올겨울 히트상품은 냉장 만두가 될 것 같다"며 "조만간 파전이나 빈대떡도 개발해 편의점에서 손쉽게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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