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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엔 뱀장어, 봉화엔 쉬리 … 낙동강 서식 물고기 살펴보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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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낙동강은 영남의 식수원이다. 생명의 ‘젖줄’답게 다양한 민물고기가 산다. 낙동강 지류 하천 곳곳에 흩어져서다. 동네 하천이라고 흔한 붕어·잉어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꼬치동자개·흰수마자 같은 귀한 민물고기뿐 아니라 관상어로 대접받는 각시붕어까지 70여 종이 산다. 낙동강 절반이 넘는 282㎞를 품고 있는 경상북도가 지역별 낙동강 지류 하천 구석구석을 2년간 관찰, 조사한 결과에서 나타났다.

지류 하천 곳곳 70여 종 서식 확인 #경북 2년 조사 끝에 어류도감 펴내 #상주·의성, 잡식성 붕어·잉어 살고 #성주엔 천연기념물 꼬치동자개도

최근 경상북도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엮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어류생태도감을 발간했다. 우리 동네 하천엔 어떤 민물고기가 살까.

관상어로 귀한 대접을 받는 각시붕어. [사진 토속어류산업화센터]

관상어로 귀한 대접을 받는 각시붕어. [사진 토속어류산업화센터]

고령군 다산면 낙동강 본류에 가면 몸이 뱀처럼 길쭉하게 생기고 어두운 갈색을 띠는 물고기가 쓱 하고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다에서 태어나 강으로 올라온 몸길이가 최대 100㎝인 뱀장어다. 대만 동쪽 태평양에서 산란하고 부화, 성장하면서 하천으로 이동하는 특이한 습성을 가진 민물고기다.

먹성이 좋아 흔히 물속의 ‘돈(豚·돼지 돈)고기’라고 불리는 ‘돌고기’도 있다. 입에 한 쌍의 수염을 가진 모습이 돌고기의 특징. 주요 서식지는 돌이 많은 문경시 창동 영강이다. 다른 물고기와 달리 특이한 산란 습성을 가졌다. 천적인 ‘꺽지’의 알 틈에 산란한다. 꺽지는 바위 밑에 산란한 알을 지키는 부성애(父性愛)가 강한 어류다. 돌고기는 꺽지의 부성애를 이용해 자신의 알이 다른 천적으로부터 희생되는 것을 최소화한다.

봉화군 춘양면 월오천에는 영화 제목으로 유명한 ‘쉬리’가 산다. 쉬리는 물이 깨끗하고 물살이 빠른 곳을 좋아한다. 지느러미에 3줄의 검은 띠가 있는 것이 특징. 쉬리는 우리나라 고유어종이다.

토속어류산업화센터는 민물고기 종 보존·확산 등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한다. [사진 토속어류산업화센터]

토속어류산업화센터는 민물고기 종 보존·확산 등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한다. [사진 토속어류산업화센터]

상주시 함창읍 영강·의성군 안계면 위천에 가면 잡식성인 붕어·잉어가 유독 많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등 쪽은 청색, 배 쪽은 은색을 띠는 우리나라 고유어종인 각시붕어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각시붕어는 일반 붕어와 사는 곳 자체가 다르다. 구미시 장천면 한천에 가면 많이 보인다.

각시붕어는 몸 색깔이 새색시처럼 아름답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몸길이가 5㎝ 정도로 작다. 하지만 관상어로서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정받는다. 지난 2015년 세계아쿠아펫박람회 관상어 경쟁부문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3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경북 토속어류산업화센터는 종 보존 등을 위해 2016년 완전 양식을 국내 처음 성공했다.

‘잘생긴’ 민물고기 ‘칼납자루’도 경북 동네 하천에 산다. 문경시 마성면 조령천이 활동지다. 몸 전체가 마치 하나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묘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게 특징이다. 조개에 산란을 하는 특이한 습성의 ‘참중고기’도 의성군 위천에 있다. 최근 하천 공사가 빈번해지면서 민물조개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참중고기 개체 수가 같이 감소하는 상황이다.

천연기념물 제455호는 ‘꼬치동자개’다. 성주군 수륜리 대가천 회천·김천시 어모면 아천 감천이 서식지다. 귀한 몸값처럼 입맛이 고급스럽다. 동네 하천에 살지만, 새우류를 즐긴다고 한다.

야행성도 있다. 낮에는 돌이나 바위 밑에 숨어 지내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활동하는 ‘자가사리’가 주인공이다. 봉화군 소천리 운곡천에 가면 많이 보인다.

등에 가시가 돋아 있는 ‘가시고기’라는 물고기도 있다. 가시고기는 수컷이 집을 짓고 암컷이 산란하고 떠나면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먹이를 먹지 않고 보호하는 게 특징이다. 부화하면 자신은 죽어 새끼들의 먹이가 되는 강한 부성애를 가졌다. 영천시 임고면 금호강에 가면 볼 수 있다.

부성애가 가시고기 못지않은 버들붕어도 구미시 선산읍 봉곡천 감천에 산다. 산란 시기 체색이 아름다워 흔히 꽃붕어라 불리는 민물고기다. 암컷이 산란하게 되면 수컷은 입으로 알을 물어 부화할 때까지 돌본다.

박재민 경북 토속어류산업화센터 박사는 “서식지별 민물고기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지역의 교육·관광자원으로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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