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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설 땅은 어딘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 「이× × 죽여버려」 하는 욕설과 함께 주먹과 발길 세례가 얼굴로 날아들었습니다. 한참을 때리고 난 후 머리카락을 붙잡고 일으켜 세워 무릎을 꿇게하더군요. 집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적게 해 확인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그따위 기사를 쓰면 아내와 아이들까지 죽여버리고 말겠다」고 협박했습니다』
8일 오후11시 서울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 일부 이발소의 퇴폐 상을 고발한 자신이 쓴 기사내용 때문에 이용협회회원 2O여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한국시정신문사회부장 백중현 씨 (37)가 백주 테러의 현장을 증언한다.
백씨는 이날 오후2시30분 이용협회 서울영등포지부 사무실로 끌려가 3시간 동안 감금된 채 무차별 구타를 당했다.
서울시정 등 행정기사를 주로 다루는 주간 한국시정신문에 영등포와 여의도 일대에 퇴폐이발소가 성행하고 있고 정부로부터 허가취소를 받은 후에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린 것은 지난 5일.
기사가 나가자마자 회사와 집으로 협박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백씨는 「협박전화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만나서 담판 짓자」는 심정으로 이날 이용협회 측의 「만나자」는 요청에 응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중앙경제신문사회부장 오홍근 씨 피습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자행된 무모한 보복 극.
『걸핏하면 언론이 제구실을 못한다고 매도하면서도 자신들에 대한 비판은 조금도 수용하지 않으려 든다면 언론이 설 땅은 어디란 말입니까』 백씨의 우울한 항변이 오늘의 어려운 언론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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