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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원한 씻고 대장정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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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인들이 2만5000리(약 1만km) 대장정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대장정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당시를 재연하기로 한 것이다. 다음달부터 약 5개월에 걸쳐 장정 당시의 이동로를 따라 걷는 이 '고난의 행군'은 인민해방군 국방정보기술연구회가 주관했다. 과거 지나간 길을 다 걷는 것은 아니다. 험한 고산지대나 초원은 피하고 필요할 경우 자동차나 배를 타고 이동할 계획이다.

◆ 장정 주역 후손들 대거 참가='장정길 다시 걷기' 행사는 장정 주역들의 자녀와 조카들이 적극 주도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의 주역인 마오쩌둥(毛澤東)의 딸 리나(李納), 국가주석을 지낸 류사오치(劉少奇)의 딸 류아이친(劉愛琴), 총리를 지낸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조카딸 저우빙더(周秉德) 등이 참가한다. 또 다른 장정 주역인 런비스(任弼時).천윈(陳雲).펑더화이(彭德懷).예젠잉(葉劍英).리셴녠(李先念) 등의 딸도 참가한다 군사지도자 뤄룽환(羅榮桓)의 아들인 뤄둥진(羅東進)이 행사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뤄둥진과 저우빙더는 장정 도중 풀밭 위에서 태어난 '장정둥이'다.

이번에 대장정 다시 걷기에 나선 장정 주역의 자녀는 1966년부터 10년간 계속된 문화대혁명 등을 거치면서 사랑과 미움이 교차하는 복잡한 관계로 변했다. 정치 투쟁 과정에서 서로 싸우다 희생된 장정 세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사오치.펑더화이 등은 마오쩌둥에게 숙청됐다. 그러나 그 후손들은 과거를 극복하고 다시 화해의 손을 잡았다.

◆ 전국 주민 참여=장정길을 다시 걷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일반인도 장정 걷기에 참가한다. 신청이 가장 활발한 곳은 쓰촨(四川)성으로 60세 이상 노인을 포함한 350여 명이 신청했다. 장정길 2만5000리 가운데 1만5000리가 쓰촨에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3개 방면으로 쪼개진 홍군은 35년 5월부터 36년 8월까지 쓰촨을 무대로 악전고투를 했다. 쓰촨성 정부는 인터넷에 마련된 장정 경로를 따라가면서 관련 문제를 풀면 상금을 주는 '사이버 장정길 걷기' 대회도 열고 있다.

장정의 종착지인 산시(陝西)성은 물론 저장(浙江).장시(江西) 등 장정 경로에 포함된 각 성 정부가 잇따라 장정 축하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번 행사와는 별도로 지난 10개월간 21명의 대원을 이끌고 장정길을 걸었던 시사토론 진행자 추이융위안(崔永元)은 "장정길을 걸으면서 비로소 혁명의 위대함을 깨달았다"며 "장정길 걷기에 나설 것을 주변 모든 사람에게 권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 대장정=중국 공산당 군대인 홍군이 1934년 10월 10일부터 36년 10월까지 약 2년 동안 중화소비에트임시정부의 수도였던 장시(江西)성 루이진(瑞金)에서 산시(陝西)성 북부 옌안(延安)까지 국민당군과 싸우며 2만5000리를 걸어 이동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홍군은 14개 성(省)과 자치구, 70개의 현, 대설산, 대초원 등을 걸어서 통과했다. 장정 뒤 옌안에서 힘을 기른 중국 공산당은 항일투쟁을 거쳐 49년 전국을 공산화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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