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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외쳤다 “대~한민국” 여름밤의 축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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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예선경기가 열린 18일 오후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의 경기장과 거리에 모인 시민들은 붉은 옷을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단체 응원을 펼쳤다.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예선경기가 열린 18일 오후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의 경기장과 거리에 모인 시민들은 붉은 옷을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단체 응원을 펼쳤다.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오∼필승 코리아!”

월드컵 응원전 4년 만의 함성 #스웨덴전 4시간 전부터 자리 잡아 #광화문·코엑스 … 곳곳 태극 물결 #콜롬비아인도 “함께하니 신나요” #대전 스카이로드선 누워서 관전

패배의 아쉬움은 작지 않았지만 4년 전 함성이 또다시 대한민국 거리 곳곳에 울려 퍼졌다. 단체 응원을 위해 임시로 마련된 광장과 거리의 공간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태극기를 들고 나왔다. 응원의 상징으로 활용됐다.

18일 오후 9시(한국시간) 대한민국 대표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첫 경기가 시작됐다. 스웨덴전이다. 이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경기 시작 전부터 빨간 옷을 입고 태극기를 손에 들거나 머리에 꽂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서울시와 축구협회는 광화문 광장에 500인치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오마이걸’ 등 초대가수 공연이 응원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오 대한민국 승리의 함성’이란 월드컵 응원가가 나오자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따라 불렀다.

당초 6·13 지방선거와 북·미 정상회담 등 정치적 이슈와 국가대표팀의 평가전 부진으로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시들해 보였다. 하지만 개막 이후 멕시코가 지난 대회 우승팀 독일을 꺾고, 아이슬란드가 아르헨티나에 선전하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국내에서도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의 승리를 열망하는 붉은 물결이 모여든 것이다.

일찌감치 휠체어를 타고 광화문광장에 나왔다는 이동준(24)씨는 들뜬 목소리로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지만 친구들과 함께 대표팀을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거리응원을 위해 경기도 평택에서 온 마동현(23)씨는 “군대 휴가 나온 김에 광화문에 나왔다”며 “세계적인 선수가 된 손흥민 선수의 선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시민들이 18일 대구삼성 라온즈파크에서 태극기 응원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시민들이 18일 대구삼성 라온즈파크에서 태극기 응원을 하고 있다. [뉴스1]

K리그 라이벌의 팬도 이번엔 하나였다. 수원 삼성 팬인 남상범씨와 FC서울의 팬인 최성진(23)씨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표팀의 선전을 바랐다. 남씨는 “2002년 이후 처음 거리응원에 나온 것”이라며 “라이벌팀 팬인 친구와 평소 말다툼을 많이 하지만 오늘은 함께 응원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내일모레가 대학교 기말고사지만 나한테는 시험보다 축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들도 응원에 참여했다. 중남미 콜롬비아에서 온 마니엘라 페레즈(23)와 코스타리카 출신 교환학생 마리엘 소호(23)는 태극기를 흔들었다. 페레즈는 “콜롬비아 대사관에 갔다가 지나가는 길에 응원하러 왔다”며 “남미보다는 차분하지만 다 같이 모여 응원하다 보니 신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는 코엑스 인근인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부터 2호선 삼성역 사이 영동대로 약 600m 구간에서 응원전이 열렸다. 주 무대를 포함한 총 3개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에 경기가 중계됐다.

경기 시작 전부터 호랑이 가면을 쓴 한주형(38)씨 등 10여 명이 모여 있었다. 한씨는 “월드컵 응원을 하기 위해 페이스북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 ‘애타’라는 호랑이 가면을 쓰고 나왔다”고 말했다. ‘애타’는 ‘남을 사랑하자’는 뜻과 ‘애국 타이거’를 뜻한다고 한다. 최한희(31)씨는 “스웨덴과는 역대 전적이 2전2패지만 오늘은 이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대전월드컵경기장, 제주월드컵 경기장 등에도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이어졌다.

대전시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 있는 스카이로드(영상스크린)에서는 이색 응원전이 펼쳐졌다. 스카이로드는 2013년 8월 운영을 시작한 대형 영상스크린(캐노피)이다. 영상 스크린에서 축구경기가 중계되자 시민들은 바닥에 누워 관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태극전사들의 선전이 이어지자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서도 응원은 계속됐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전국 52개 수용시설 수용자들이 스웨덴과 조별 리그 1차전을 생방송으로 볼 수 있도록 오후 9시까지인 TV 시청 시간을 경기종료 시간으로 연장했다.

여성국·성지원·허정원 기자, 대전=김방현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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