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지진 관측 후 이르면 7초 만에 직접 경보 문자 보낼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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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철 기상청장
2016년 9월 12일 경주 지진(규모 5.8)에 이어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진(규모 5.4)이 발생하면서 그에 대한 공포감이 커졌다. 그런데 지난 2월 11일 포항에서 규모 4.6의 여진이 생길 당시 지진 재난 문자가 8분가량 지연 전송돼 혼란을 초래했다. 이달 4일부터 기상청이 직접 문자를 발송한다.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 서울 신대방동에 위치한 기상청에서 남재철(사진) 기상청장을 만나 달라진 지진 대처법을 들었다.

문자 전송 권한 기상청 이관 #지진 관측망 54곳 추가 설치 #경보 시간 8초 앞당길 계획 #해외 지진 정보 시범 서비스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이 어떻게 달라지나.
“지진은 현대과학으로 미리 알아낼 수 없다. ‘예측’이 안 된다. 그 대신 지진이 난 것을 알아내는 ‘관측’이 최선이다. 빨리 관측해 국민에게 통보하고 이를 통해 진원지에서 출발한 지진 에너지가 땅에 전달되기 전까지 국민이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상청의 할 일이다. 일본 도쿄대 연구에 따르면 지진 통보를 5초 더 일찍 알려줘도 많은 생명과 재산을 구할 수 있다. 조기 관측망을 구축하고, 그 관측망이 조밀할수록 관측 시간을 1~2초 앞당길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을 최초 관측한 뒤 통보하는 데까지 15~25초가 걸린다. 아직 일본 수준(5~20초)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지진 정보가 빨리 알려져야 국민이 대피할 수 있다. ‘지진이 났다’는 정보 외에 행동지침도 문자에 담아 보낸다. 이를 위해 관측망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남한)에는 지진 관측망이 260개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전 지역의 지진을 관측하기 위해선 314개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된다. 관측망 54개를 더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원래는 2020년까지 확충할 계획이었지만 경주·포항 지진 이후로 정부가 기상청 예산을 늘려 목표 시한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올해 기상청 지진 관련 예산에 180억원이 투입돼 올해 말, 늦어도 내년까지 관측망 54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관측망이 모두 구축되면 지진 조기경보 시간이 7~25초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긴급 재난 문자 전송 시간도 줄었는데.
“지진이 났을 때 행안부가 국민에게 긴급 재난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2016년 경주 지진 발발 당시 문자가 늦게 전송돼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지난해 1월 17일 시행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지진이 나면 기상청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문자를 직접 전송할 권한이 생겼다. 이달 4일부터 지진·지진해일 재난 문자서비스(CBS)를 기상청이 담당한다. 지진을 관측하는 기상청에서 문자를 직접 보내면 한 단계가 줄어 조기경보 시간을 5초가량 단축할 수 있다. 국민의 휴대전화 번호를 몰라도 재난 상황에선 기지국 근처 4G폰, 2G폰에 문자가 자동 전송된다. 단 3G폰 소지자는 행안부가 개발한 앱 ‘안전 디딤돌’로 지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해외 지진 정보도 바로 받을 수 있나.
“2016년 4월 일본 구마모토에 규모 7.3의 지진이 났을 때 그곳과 가까운 부산은 진도(사람이 몸으로 느끼는 정도를 수치화한 값)가 Ⅳ(4) 정도였다. 국외 지진이어서 지진 조기경보가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바닷가에 거주하는 주민에겐 국외 지진 정보가 필요할 수 있어 ‘국외 지진 조기경보 시범 서비스’를 지난 4일 시작했다. 주변 국가에서 지진이 발생해 우리나라에 상당한 영향(진도 Ⅳ 이상)을 주는 경우 TV나 일반 통신 수단으로 국외 지진 정보를 알리는 시스템이다. 현재로선 국외 지진을 관측한 시점부터 3분 정도 걸린다.”  
하반기 ‘진도 서비스’ 를 실시하는데.
“포항(진원지)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할 때 멀리 떨어진 서울 시민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지 실질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진도 서비스’를 올 하반기부터 실시한다. 예를 들면 ‘포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정보뿐 아니라 ‘서울에선 진도 Ⅲ(3)의 지진을 체감할 수 있다’고 예측해서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발생지점의 규모 정보로부터 각 지역의 진도를 예측해 제공한다. 문자엔 행동요령도 함께 실린다. 대신 그 정보는 관측이 아닌 예측값이다. ‘내 지역’ 땅이 흙인지 돌인지 파악해야 진원지에서 거주 지역으로 지진이 전파되는 속도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
지하 단층 구조 정보가 부족한데.
“지진이 자주 발발하는 일본은 수십 년 전부터 지하 단층을 분석했다. 석회암인지 화강암인지, 단층은 어디에 있는지 등의 연구를 많이 했다. 한 지점에서 지진이 나면 어느 쪽으로 빨리 퍼지는지, 지진 강도는 어떤지도 계산해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간 지진이 많이 나지 않아 관련 연구가 미흡하다. 그래서 한반도 전체의 지하 단층 구조를 파악하기로 했다. 지진 단층이 움직이는 방향, 지진 에너지가 어디로 빨리 전파되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20년 정도 걸리는 장기 연구다. 1단계로 2021년까지 220억원을 들여 경주·포항 및 수도권 지역의 지하 단층 구조를 연구한다. 이후 강원·충청·전라·제주 지역으로 연구 영역을 넓힌다. 한반도 전체 땅속을 속속 들여다볼 수 있도록 ‘단층·속도 구조 통합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기상청의 올해 목표가 궁금하다.
“기류를 파악하면 중국발 황사가 국내에 언제 유입될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날씨는 예측할 수 있지만 지진은 언제 일어날지 미리 알 수 없다. 예지 시그널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지하수 변화를 포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대 과학에서 정확히 맞히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지진 관측은 항상 긴장해야 한다. 세 명이 돌아가며 근무하는데 화장실 가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365일 24시간 교대로 대기하며 관측한다. 지진 관측 업무의 애로 사항에 대해 국민의 양해를 구한다. 기상청의 올해 정책 목표가 ‘안전한 나라, 안심하는 국민, 국민 중심의 기상 지진 서비스 실현’이다. 국민이 안심하도록 기상청이 최선을 다하겠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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