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돌더미 폭격 "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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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방조제가 21일 착공 14년5개월 만에 완공됐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 제2공구 현장에서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되자 양쪽에서 대기 중이던 공사 관계자들이 만세를 부르며 연결 구간을 건너고 있다. [부안=연합뉴스]

21일 정오, 역사를 새로 쓰는 시각. 전북 부안군 변산면 가력도의 새만금 제2공구 공사 현장엔 긴장감이 팽팽했다. 6t 규모의 돌망태 50여 개를 실은 2000t급 바지선이 방조제로 접근했다. 전체 33㎞의 방조제 중 이어지지 않고 남은 마지막 10m 구간이다. 시퍼런 바닷물은 용솟음치듯 터진 구간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주변의 바위와 흙을 모두 빨아들이겠다는 듯 엄청난 속도다.

"투하."

바지선 크레인이 집채만한 돌망태를 바다 속으로 떨어뜨렸다. 바닷물은 엄청난 물거품을 토해내며 격렬히 저항하듯 소용돌이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곧바로 부안과 군산 양쪽 방조제 끝에서 수십 대의 35t 트럭이 바위와 흙을 일제히 바닷길에 쏟아부었다. 폭격하듯 25초마다 쏟아지는 돌과 흙더미에 깔려 바닷물의 저항도 잦아들었다. 40여 분간의 '흙더미 폭격'이 끝나자 10m의 빈 구간은 자취를 감췄다. 세계 최장, 33㎞짜리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마침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14년5개월 만이었다.

"와!"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은 물론 한국농촌공사 직원들과 역사적 현장을 지키고자 몰려든 전북 도민 등 500여 명은 미리 준비한 태극기와 회사 깃발을 흔들며 감격을 나눴다.

"고생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부안과 군산이 드디어 이어졌다. 부안 쪽에서 온 강현욱 전북지사,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과 군산 쪽에서 온 박홍수 농림부 장관, 안종운 한국농촌공사 사장이 이어진 방조제 위에서 만나 손을 잡았다. 이 길을 잇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돌아와야 했던가.

"반갑습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새만금 사업의 설계.감리를 맡은 농촌공사 안종운 사장의 축사엔 온갖 감회가 담겼다.

"14년5개월간의 1단계 공사가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마무리됐다. 공사 관계자들과 전북 도민 여러분의 노력과 성원 덕분이다. 큰 감사를 드린다."

1991년 11월 첫 삽을 뜬 새만금 방조제는 각종 기록을 남겼다. 지금까지 동원된 인원만 연 189만여 명. 2008년까지 계속될 보강공사까지 포함하면 들어갈 바위.돌.흙만 9400여만㎥다. 15t 덤프트럭 1400만 대 분에 해당한다.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끝막이 공사에는 국내에 20대밖에 없는 35t 덤프트럭 등 9392대의 트럭.중장비가 동원됐다. 해상 공사에 투입된 바지선 등 선박만 618대였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은 모두 2조2683억원, 농지 조성 등 남은 공사에 1조3152억원이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와 전북도는 방조제 보강, 도로 포장, 조경 등의 추가 공사를 끝낸 뒤 2008년부터는 간척지 개발에 들어가 늦어도 2012년까지는 농지기반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모든 공사가 끝나면 1억2000여만 평(농경지 8500여만 평, 담수호 3500여만 평)의 국토가 새로 생긴다. 여의도의 140배, 서울의 3분의 2 크기다. 국민 1인당 약 3평씩 돌아간다.

그러나 새만금 사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간척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애초 계획대로 농지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북도는 중국 양산항을 추월할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항과 국제해양관광지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6월 말에 국토연구원의 연구용역이 나오면 그 결과를 토대로 새만금 간척지 활용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장대석.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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