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이있는책읽기] 서로의 감정 보듬는 대화 방법은 무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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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물건을 사줄 테니 학교 가라는 말도 자신의 힘든 감정을 물질과 교환하라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한다. '혹시 말하기 힘든 어떤 어려움이 있니?' '그렇게 힘들었는데 몰랐구나. 미안해'처럼 아이의 기분에 공감해주는 대화가 중요하다. 대화의 방법을 익히는 것은 어린이 자신에게도 필요하다.

내 감정과 남의 감정을 똑같이 소중히 여기는 태도에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싹튼다. 감정의 차이를 배려하는 마음이 행동으로 나타나면 예의가 된다. 이럴 때 감정의 충돌을 조정하고 다른 생각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대화다. '감정' '예의' '대화'로 구성된 '알리키 인성교육 시리즈'(알리키 글, 미래 M&B)는 어린이 스스로 학교생활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일러주는 그림책이다.

'연필을 빼앗는 친구에게 기분 말하기'같은 간단한 도움말부터 '친구의 단점을 말하면 안 될까?'나 '잘 듣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 자신과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까?' 같은 까다로운 물음까지 다루고 있다. 철학적 토론과 논술의 힘은 생활 속 평등한 대화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소크라테스도 제자들과 대화를 통해 오류를 찾고 진리에 다가가는 방법을 보여줬다. 이 때 소크라테스는 주장을 가르치기보다는 상대가 스스로 진리에 이르도록 돕는 역할을 했기에 그의 대화법을 '산파술'이라고 부른다.

대화는 왜 하는 걸까? 좋은 대화는 어떤 대화일까? 이 책을 읽고 부모나 친구와 나눈 대화를 그대로 기록한 뒤 그 대화의 문제점을 분석해봐도 좋겠다. 부모와 교사가 작은 일에서부터 명령형이나 청유형의 말투를 버리고 평등한 대화를 나누면 자율적 사고의 힘도 쑥쑥 자란다.

김지은<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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