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피해 복구 힘을 모으자] 침수된 대구 달성공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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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안팎과 진입 도로가 하룻밤 사이 계곡으로 변했어요. 이 많은 바위와 자갈을 언제 다 치우고, 정상 가동이 가능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요."

1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달성산업단지. 30여개 중소 입주업체 임직원들은 태풍 매미가 덮치면서 바꿔 놓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공장 모습에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산업단지 북쪽에 자리잡은 명진산업에서부터 산도산업까지 5백m 구간의 2차로 도로가 두께 1m 이상되는 바위와 자갈.모래로 뒤덮이고 그 사이로 물이 콸콸 흐르는 모습이 마치 계곡과 같았다.

도로 주변의 공장.수퍼 가릴 것 없이 토사로 뒤덮였다. 12일 오후 11시쯤부터 쏟아져 내린 빗물에 떠내려온 바위가 공단 복개천 입구를 막으면서 불과 두어시간 만에 이 일대를 말 그대로 초토화시켜 놓은 것이다.

산업단지 진입도로에 올라서자 4차로에 자갈과 나뭇가지가 흩어져 있고, 그 사이로 빗물이 시냇물처럼 흘러 내리고 있었다. 인근 산도산업과 SK텍스 네거리에 이르자 포클레인이 덤프트럭에 바위.자갈을 싣고 있다.

한 작업 인부는 "하루종일 도로 복구에 매달렸는데 20m 정도밖에 치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로 바로 옆 산도산업에 들어서자 1백50평의 공장 마당엔 토사가 30㎝ 이상 쌓여 있었고 트럭 등 차량이 그 속에 갇혀 있었다. 공장 내부에서는 수십명의 직원이 두께 10㎝ 이상 쌓인 진흙 뻘을 퍼내고, 지게차로 침수된 차량 부품을 실어나르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이 공장 뒤편에 있는 남선알미늄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공장 외곽 담장은 밤 사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식당과 마당 등에는 깊이를 모를 정도로 자갈.토사가 수북했다.

이 지역에서 일주일 이상 복구작업이 필요한 기업은 대덕직물.녹수공업.신일산업 등 10여곳. 산업단지 관리공단 측은 "피해액이 최소한 70억~80억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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