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댐 1백84m 넘으면 역류|과기처, 원격탐사기법으로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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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이 계획중인 금강산댐의 높이를 1백84m 이상 쌓으면 북한지역으로 물이 넘쳐 보조 댐을 건설해야 하는 등 금강산댐의 허점이 원격탐사 인공위성 데이타 분석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과학기술처가 산하 연구기관에 의뢰해 지난 2년간 연구한 『국토정보관리를 위한 원격탐사 응용기술 개발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이 연구를 중심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금강산댐을 재조명해본다.

<금강산댐>
금강산댐의 예정위치는 강원도 창도군의 넓은 고원분지로 2백m 이상의 댐을 건설하기는 좋지 않은 지역이다. 이는 댐 높이에 비해 발전량이 적기 때문.
또 지층은 석회암으로 물에 약하고 누수가 심하다. 석회암에 물이 침투하면 용해돼 공동이나 터널을 만들어 지반이 침하되고 경사가 심한 지역은 쉽게 허물어진다. 따라서 북한이 본 댐을 쌓게되면 댐의 안정성도 우려돼 대응 댐이 필요하다.
금강산댐을 2백m의 사력 댐으로 건설하는 경우 20t트럭이 하루 1천대 분량의 흙을 실어 나르더라도 13년이 걸린다는게 전문가의 계산이다.
댐의 건설과정은 진입로 개설·가배수로공사·가물막이공사를 거친 후 본댐공사에 들어간다. 가배수로는 하천의 물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본댐공사에 지장이 없도록 해준다. 금강산댐은 지형상 가배수로를 터널식으로 건설해야만 돼 엄청난 공사비와 건설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더우기 2백억t의 물을 모으려면 그 지역의 강수량과 증발량을 볼 때 약14년 걸린다는 것.

<원격탐사>
연구팀은 프랑스의 탐사위성인 SPOT가 금강산댐 일대를 찍은 데이타를 구입, 분석했다.
SPOT는 10m×10m의 지형형태를 판독한다. 이 정보를 활용하면 지형형태·농작물 작황·산림분포 등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87년11월 지형데이타를 분석해 금강산댐 높이에 따른 영향을 컴퓨터로 모의실험 했는데 사진판독 결과 금강산댐의 위치가 자세히 잡히지 않았다.
댐 높이를 예상하면 그에 따른 담수지역이 바로 나와 담수량이 추정된다. 이어 그만한 물을 가둘 수 있는 대응 댐 높이를 컴퓨터로 계산해냈다. 따라서 북한이 쌓는 어떤 높이의 댐에 대해서도 대응 댐의 규모가 바로 나온다. 금강산댐이 2백억t의 담수량을 가지려면 높이가 2백12m, 댐을 쌓는 위치의 표고는 4백12m가 돼야한다. 그러나 담수지역 안에 표고가 3백87m인 저지가 있기 때문에 물의 높이가 1백84m를 넘으면 물이 역류하기 시작해 2백억t의 물을 가두려면 높이 25m의 보조 댐을 2개나 쌓아야 한다는 것.
한편 대응 댐은 금강산댐이 2백12m이면 1백94m를 건설해야하나 북한쪽에 저지대가 있어 높이가 1백50m면 대응효과가 충분하다. 이 저지대는 금강산댐 아래지역에 있는데 여기서 역류하는 물은 휴전선 북쪽을 거쳐 임진강으로 들어간다.
결국 북한은 2백억t의 물을 가두려면 보조댐을 3개나 쌓아야하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금강산댐이 무너졌을 때 담수량에 따라 나타나는 침수속도·깊이·지역 등에 대한 연구도 없이 바로 대응 댐 건설에 착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2천1억원을 들여 물도 담을 수 없는 높이 80m(금강산댐 1백21m에 대응)의 평화의 댐을 성급하게 건설한 것은 아직 본댐공사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크다. <장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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