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몰카는 중대한 범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여자들이 또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가 지난 9일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개최한 불법촬영(몰카) 편파 수사 2차 규탄 대회에 1만5000여 명(경찰 추산)의 여성이 참가해 지난달 19일 1차 집회의 참가 인원(1만여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른바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사건’으로 불거진 성(性)차별적 편파 수사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엔 여성들이 그동안 참아왔던 몰카 공포에 대한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이 뒤바뀐 이번 홍대 사건 이전엔 몰카와 관련한 범죄는 사실상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저질러온 범죄였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1년부터 2016년 4월까지 서울 지역 법원의 열람·복사가 가능한 1548건의 몰카 관련 1심 판결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피해자의 98.4%가 여성이었다. 남녀가 동시에 피해를 본 사건 등을 제외하고 남성만 피해를 본 경우는 0.7%에 불과했다. 반면 가해자의 98%는 남성이었다. 몰카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인데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범죄를 양산한다는 불만이 팽배하던 터라 이번 사건의 폭발력이 컸다.

실제로 불법촬영 범죄는 2005년 341건에서 2010년 1153건으로 1000건을 넘어선 이후 2015년엔 7730건까지 치솟았다. 검거율은 95%로 낮지 않지만 문제는 기소율이다. 2010년 72.6%였던 기소율이 2016년 31.5%로 뚝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어렵게 기소가 이뤄져도 실제 징역형까지 받는 경우는 5.3%에 불과하다. 특히 지하철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현직 판사가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에 그치고, 여성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한 국가대표 수영선수들이 무죄를 받는 등 법원의 봐주기 판결이 불신을 키운 측면도 있다. 몰카 범죄는 피해자의 영혼을 갉아먹는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 아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